백담사의 추억

백담사는 두번 다녀왔다.
첫번째는 2004년 4월 21일이었고,
두번째는 올해 2월 18일이었다.
봄에 한번가고 겨울에 한번 간 셈이다.
두번 모두 좋았던 기억이다.
모두 사람들이 한가할 때 다녀온 여행이라서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한창 사람들이 몰릴 때는 상당히 복잡하다고 들었다.
특히 단풍철에는 엄청난 사람들이 몰린다고 들었다.
나는 좋은 철 놔두고 홀연히 다닐 때가 좋다.

Photo by Kim Dong Won

그 날의 첫 사진.
출발하는 차 속에서 창밖으로 찍었다.
이렇게 찍어두면 몇 시에 어디에 있었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파일에 시간 정보가 다 있기 때문이다.
확인해보니 이때의 시간은 11시 2분이라고 되어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난생 처음 SLR 카메라를 장만했으니 오죽 좋았을까.
렌즈도 18-70mm 번들 렌즈 하나밖에 없었지만
그저 좋기만 했다.
버스가 양수리를 지날 때
차창으로 들어오는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두물머리 풍경인 셈이다.

Photo by Kim Dong Won

버스를 타고 가면 높이가 확보된다.
높이가 확보되면 승용차를 갖고 갈 때와는 다른 풍경을 맛볼 수 있다.
이것 역시 양수리를 지날 때의 창밖 풍경이다.
지금 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몸을 약간 뒤로 젖히고
버스 여행의 느낌에 젖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Photo by Kim Dong Won

백담사 입구의 감자밭.
저 감자를 언제 다 심을꼬.
밭은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에
그때의 감자밭이 올해도 감자밭이란 보장은 없다.
이제 이곳을 지나칠 때면
그때는 이곳이 감자밭이었는데 라는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겠지.
사실 이 사진은 내가 가장 잘 찍었다고 생각하는 사진이다.
특히 나는 할아버지 뒤켠의 나무들을 흔들고 있던 바람이 가장 기억이 난다.
그날 바람이 무척이나 많이 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물결이 만들어낸 추상화.

Photo by Kim Dong Won

초록의 공습, 낙엽의 퇴각.
그때는 봄이었으니까.

Photo by Kim Dong Won

백담사.
너무 늦게 집에서 나갔기 때문에
가는 길이 수월치 않았다.
직접가는 버스도 없어
원통까지 가서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입구까지 갔다.
셔틀버스가 있었지만
중간까지 밖에 가지 않았다.
그곳에서부터 백담사까지
꽁지가 빠지라고 걸어들어 갔다.
꼬박 2시간이 걸렸던 기억이다.

Photo by Kim Dong Won

백담사 경내에서.

Photo by Kim Dong Won

집으로 가는 길.

Photo by Kim Dong Won

나이를 먹으면 가슴에 구멍이 뚫린다.
속좀 썩이지 마라.

Photo by Kim Dong Won

집으로 오는 버스 기다리다가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
그때 만난 개나리이다.

Photo by Kim Dong Won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쉰 마지막 휴게소.
두촌 휴게소.
이때의 시간은 7시 38분이었다.

4 thoughts on “백담사의 추억

  1. 그래도,
    멀리 볼 때 멀리 볼 줄 알고,
    가까이 다가갈 때 다가가시는
    동원님의 사진시선이 좋으신대요^^
    이땐 느낌 있는 글은 많이 안 적으셨네요?

    1. 요때는 블로그를 운영하던 시절이 아니라
      인터넷의 사진 동호회에 사진을 올려서 즐기던 시절이었죠.
      요해, 그러니까 2004년에는 엄청나게 사진 찍으러 돌아다녔어요.
      그리고 사진이 축적된 요해 10월쯤 블로그를 몇번 깔았다 뒤엎었다 시험한 끝에 드디어 블로그 생활을 시작했죠.
      한달에 절반은 일하고 나머지는 혼자 사진찍으러 돌아다녔죠.
      요때는 수입도 좋았는데… 요해 말부터 일거리가 줄면서 안좋아 졌어요.

  2.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순자여사가 머물렀던 그 백담사인가요?
    전 다른 절들을 구경가면 꼭 떠오르고 그리워지는 절이 있어요.
    속리산 법주사…
    중학교때 수학여행으로 처음 간곳이었는데 맑은 이른 아침의
    절의 모습이 잊혀지질 않아요.
    제게도 자유란게 있다면 혼자서 조용히 찾고 싶은 절이랍니다.
    근데 뭐가 이리도 가지못할 이유가 많은것인지…
    무작정 떠나고 싶은곳이 한두군데가 아닌데도
    그럴수없는게 가끔은 스트레스예요.
    더 나이들면 자유가 주어지려나..^^

    1. 그 절이 맞습니다. 절을 거쳐 설악산으로 올라갈 수 있죠.
      속리산 법주사도 아주 좋죠.
      딱 한번 가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물 속에 빠진 낙엽이 어찌나 고운지 그것을 잔뜩 찍어갔고 왔죠.
      그럼 오늘은 그때 사진을 올려 드릴까요.
      그러고 보니 내가 엄청 돌아다녔군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