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알아보시겠는지요.
선인장이예요.
항상 당신의 곁을 맴돌았지만
마음만 당신에게 둘 뿐 가까이 갈 수 없었죠.
알고 있어요.
나와 같은 또다른 운명이 있다는 것을.
불꽃이 그랬죠.
불꽃이 당신을 사랑할 때 불꽃 또한 당신을 가까이 할 수 없었어요.
불꽃이 당신에 대한 욕망을 주체하지 못했다면
당신은 벌써 오래 전에 새카만 재로 이 세상에서 사라졌을 거예요.
하지만 불꽃은 그게 사랑이 아니란 걸 잘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불꽃은 그의 마음을 따뜻한 온기로 뻗어 당신과 하나되었죠.
그날 당신의 따뜻함이 된 불꽃을 보며 나는 한없이 부러웠어요.
불꽃처럼 나도 당신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지만
당신 가까이 갈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건 내가 몸을 온통 가시로 두르고 있었기 때문이죠.
내가 당신에 대한 내 욕망을 주체하지 못했다면
견디지 못할 고통과 통증이 당신의 것이 되었을 거예요.
게다가 나는 불꽃이 아니어서
내 마음을 따뜻한 온기로 뻗어 당신에게 갈 수도 없었어요.
한때 나는 나와 같이 가시를 지녔지만
그 몸에 꽃을 함께 가질 수 있었던 장미가 한없이 부러웠어요.
장미는 그 줄기의 끝에 누구도 저항하지 못할 화려한 꽃을 피웠어요.
그리고 줄기의 아래쪽을 은박지로 감싸서
당신의 손이 찔리지 않도록 가시를 덮은 뒤
당신에게 온몸을 던졌죠.
그렇게 장미는 당신에게 가서 당신의 품에서 잠시 머물다 시들어 죽었어요.
나도 가끔 꽃을 피우긴 하지만
그러나 장미처럼 아랫도리를 은박지로 감싸서 가시를 덮고
당신에게 온몸을 던지는 짓은 내 몫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어요.
그건 생각만 해도 꼴이 우스워요.
따뜻함도 없고, 꽃으로도 당신에게 갈 수 없었던 나는
그러나 당신에 대한 나의 열망을 거둘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항상 나는 당신의 곁을 맴돌며
당신을 나의 열망으로 살았죠.
그 열망이 키운게 바로 오늘의 저예요.
당신에 대한 제 열망이 겹쳐진 자리에서
내 가시는 어느날부터 서서히 이파리가 되었어요.
그러니까 이건 이파리가 아니라
가시로도, 꽃으로도 당신과 맞잡을 수 없었던,
그러나 손끝이라도 당신과 맞대고 싶었던
내 열망이 피워낸 나의 손이예요.
내 사랑하는 당신,
오늘 제 손끝을 잡아주실거죠.
하지만 조심하세요.
당신에게 이렇게 하여 손을 내밀게 되었지만
내겐 가시가 여전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