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액질의 바람

Photo by Kim Dong Won
2014년 12월 11일 서울 능동의 어린이대공원에서

나뭇잎 하나가 물속을 부유하고 있었다. 우리에겐 물이지만 바람의 기억밖에 갖고 있지 않은 나뭇잎에겐 느닷없이 불어닥친 끈적한 점액질의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점액질의 바람이 불면 자세를 추스릴 틈새도 없이 바람에 쓸려다니던 운명은 잠시 보류된다. 점액질의 바람은 좀 더 우아한 자세로 바람을 타고 부유할 수 있게 해준다. 그 바람 속에선 나뭇잎이 발레리나처럼 발끝을 세울 수 있다. 나뭇잎에게도 세상을 넓고 바람은 여러가지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