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에 대처하는 엄마와 딸의 자세 — 권박의 시 「설명」

엄마와 딸의 사이에는 대개 세대 차이가 있다. 우리는 시인 권박의 시 「설명」에서 그 둘의 세대 차이를 접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세대 차이란 말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에 드러난 둘의 차이가 세대 차이로 보였다는 뜻이다. 그 차이가 보이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불쾌하대
엄마는
「기생충」을 보고 난 후에도 그랬지
물으니까
모른대, 시댁살이 같으니, 계속 묻지 말래, 어디 가서 그러지 말래, 설명충이라 피할 거라고, 사람들은 이해하려고 하는 걸 불쾌해한다고,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순 없지만
—권박, 「설명」 부분

정리를 하자면 엄마가 영화 「기생충」을 보고 난 뒤 불쾌하다고 했고, 그래서 딸이 왜 불쾌하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모른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딸이 계속 물으니까 엄마는 마치 시집살이 하는 것 같으니까 더 이상 묻지 말라고 나왔다. 그리고 딸에게 그렇게 물고 늘어지듯 이유를 묻는 태도를 고치라고 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불쾌함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하는 걸 불쾌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를 시인은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모녀답다
생각해
생각할수록 불쾌해 생각하지 않으려는 엄마와 생각하지 않으면 불쾌해 생각하려는 나를
생각해
—권박, 「설명」 부분

엄마는 불쾌하면 그 불쾌한 것에 대해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딸은 반대이다.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그 불쾌감이 가시질 않아 생각으로 그 불쾌함을 정리하기 위해 계속 생각을 한다.
시가 둘의 차이만을 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는 우리가 엄마와 딸의 차이를 드러내는 한편으로 그 차이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의문에 대해 어느 정도의 실마리를 마련해놓고 있다. 가령 우리는 왜 엄마는 불쾌하면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고, 딸은 불쾌할 때 계속 생각으로 그 불쾌함을 정리하려 할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나는 엄마의 경우 그 의문에 대한 실마리가 되고 있는 것이 엄마가 살아온 삶이라고 생각한다. 시인은 그 삶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생각해
설날이든 추석이든 휴가 낼 수 없어서 애 맡기고 일하러 갔다고, 일하러 갔다 와서 늦게 제사상 차렸다고, 제사상에 애가 복숭아 올리자며 울고불고했다고, 복 나가서 아들이 들어서지 않는 것 아니냐고, 할머니한테 혼났던 엄마를,
생각해
—권박, 「설명」 부분

이 부분이 엄마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는 것은 한동안 이러한 삶이 이 땅의 엄마들 모두가 겪었던 삶이었으며, 그 시절의 세상은 불쾌하지만 전혀 고칠 수가 없는 세상이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여자라면 누구나 감내해야 하는 세상이었다. 한동안 세상을 살아가는 여자의 삶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불쾌함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시인이 전하는 엄마의 삶은 엄마가 불쾌하면서도 생각을 하지 않는 태도를 갖게 된 것이 바로 그 시대를 살 때의 태도가 체화된 탓이 아닐까 하는 짐작을 가능하게 한다. 그렇다면 딸이 불쾌할 때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시대가 바뀌었다는 소리가 된다. 이제는 불쾌하면 그 불쾌함에 대해 왜 불쾌한가를 생각하고 이의를 제기하여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나는 시의 마지막 구절을 딸이 자신의 시대를 선언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것이, 불쾌해, 그래도, 엄마, 나는,
설명할 거야, 이해할 거야, 불쾌할 거야,
그렇게, 인간다워질래, 아름다워질래,
—권박, 「설명」 부분

말하자면 딸의 세대에게 있어선 불쾌함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어 입닥치고 살아야 했던 삶보다는 불쾌할 때 생각하고 그 생각을 바탕으로 불쾌함을 설명하고 그 설명을 통해 세상을 설득하고 바꿔가는 것이 보다 인간답고, 나아가 아름다운 일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시인의 견해에 동의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아직은 여전히 잘 설명해도 못알아 쳐먹는 경우가 빈번한 것이 이 세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전히 설명으로 설득되고 이해되며 바뀌는 세상이 온다면 그런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임에는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시인의 말을 그런 세상에 대한 꿈으로 이해했다. 그것은 응원하지 않을 수 없는 꿈이다. 나는 이 시에 설득당했음을 밝혀둔다.
(인용한 시는 권박 시집 『아름답습니까』, 문학과지성사, 2021에 실려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