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4일 화요일, 이소선합창단은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노총의 노동자 결의대회에 함께 했다. 집회에 모인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모아 구호를 외쳤다. 구호 중 하나는 5인 미만의 사업장에서도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오래전 전태일 열사의 외침이기도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으나 아직도 우리 사회엔 근로기준법의 그늘이 있다. 구호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앉아 있는 한 노동자가 들고 있는 종이 손팻말엔 “교사에게도 학교 밖에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이라고 적혀 있었다. 교육 노동자가 된다는 것은 선생님이 되면서 학교 바깥에서도 입을 잃는 일이었다. 그밖에도 노동자들은 많은 요구를 했다. 그 요구를 모두 들어주면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열린다. 당연히 지금보다 좋은 세상이다.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모으고 그 목소리로 그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외칠 때, 이소선합창단은 노래로 노동자들과 함께 했다. 합창단이 부른 첫곡은 <진군의 노래>였다. 반주자 정효의 피아노 연주가 노래의 길을 먼저 열고, 그러자 합창단이 모은 목소리가 노래로 그 길을 진군한다. 잠시 그 노래의 길에서 진군한 노동자들의 앞에 열릴 내일이 펼쳐진다. 노래는 그 세상이 노동이 질곡이 아니라 해방이 되는 참된 세상이라고 알려주었다. 참된 세상이 잠시 사람들의 눈앞에 노래로 일어섰다.
노래는 한곡으로 끝나지 않았다. 두 번째 노래는 <해방을 향한 진군>이었다. 노래는 잠시 노동자들의 손에서 일을 내려놓도록 했다. 노래 속의 노동자들이 모두 “총파업 전선으로” 나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래는 일보다 더 급한 것이 조선소의 일이, 철로 위의 일이 아니라 그곳에서의 모든 노동이 인간의 이름을 배신하지 않도록 해주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 세상을 위해 “어깨를 맞대고 노동자의 힘과 뜻”이 모여 있었다. 그것은 곧 노래이자 약속이었다. 노래은 인간다운 세상을 위해 모두 함께 총파업 전선으로 진군했다.
합창단은 무대에 가만히 서서 노래부르고, 노동자들은 모두 앉아서 노래를 듣고 있었지만 노래는 그 자리의 모두가 우리가 가야할 세상으로 진군할 수 있도록 해준다. 노래란 그런 것이다.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 앉아서도, 한 자리에 서 있어도 진군할 수 있도록 해준다. 노래가 인간다운 세상을 위한 꿈을 위해 목소리를 모은 합창일 때는 더더욱 그렇다. 이소선합창단의 노래가 그렇다. 그 노래는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