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그 편리함의 무서움

Photo by Kim Dong Won


내가 학교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배웠던게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아마도 “앞으로 나란히”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즉 학교에선 나에게 가장 먼저 줄서는 것을 가르쳤다.
그런데 나는 항상 학교를 다닐 때 그 줄이 답답했다.
프린터가 고장나 그것을 수리하러 잠실에 간 길에
시간이 남아 그 동네를 한바퀴 돌게 되었다.
어느 집 앞에 벽돌이 쌓여있었다.
무질서하게 제멋대로 쌓여있는 벽돌이다.
이제 사람들이 저 벽돌의 줄을 세우겠지.
그러면 벽돌이 줄은 선 자리에선 담이나 벽이 올라가겠지.
그렇게 벽돌이 줄을 서면 그 질서가 바로 담이나 벽이 된다.
그러니까 알고 보면 담이나 벽은 벽돌의 질서인 셈이다.
우리들이 나란히 줄을 설 때
우리들도 담이나 벽이 되는 것은 아닐까.
어지럽게 쌓여있는 벽돌을 보고,
그것의 질서인 집들의 벽과 담을 지나치면서
문득 우리의 안녕과 편안함을 보살피던 그 담과 벽이 갑자기 답답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질서는 대단히 완고한 것이어서
어지간한 힘으로는 밀어도 요지부동이다.
벽과 담이 그것을 증명한다.
벽과 담이 완고할수록, 즉 질서가 견고할수록
우리는 그 질서 속에 갇힌다.
그런 측면에선 우리의 편안함이 사실은 갇힌 삶일 수 있다.
그런 삶이 좋다면야 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런 삶이 답답하다면 가끔씩 슬쩍슬쩍 그 질서를 벗어날 볼 일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 thoughts on “질서, 그 편리함의 무서움

  1. 철학과 같은 말을 하시는것 같네요 너무 좋습니다. 님블로그 링크해서 한번쯤 다읽어봐야겠네요…….
    불규칙그 자체가 가장 자연스러운게 아닐까 싶습니다.

    1. 내가 질서의 무서움과 무질서가 갖는 자유의 힘을 본 것은 <양철북>이란 영화 속에서 였죠.
      그 영화 속에서 보면 독일 군인들이 질서 정연하게 행진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 꼬마가 양철북을 제멋대로 두들기기 시작하죠.
      바로 그 때문에 군인들의 정연한 질서가 완전히 무너져 버립니다.
      벽돌이 어지럽게 쌓여있는 것을 보니 그때 영화 속의 그 양철북 소리가 생각나더군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