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잘라 보내기

Photo by Kim Dong Won
2015년 1월 17일 우리 집에서

사랑하면 생각지도 못했던 놀라운 일들이 가능해진다. 그것을 가장 잘 알고 있었던 여자가 황진이였다. 황진이는 그래서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 뚝 잘라두었다가 님이 오는 날 서리서리 펼 수 있었다. 사랑할 때는 그런 일이 가능해진다. 볕이 좋은 날에도 그런 일을 체감할 수 있다. 그런 날엔 벽에 어른거리는 햇볕을 뚝 잘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낼 수 있다. 연락은 주어야 하리라. 전화를 걸어 “오늘 참 볕이 좋네”라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바깥을 내다본 순간 잘라보낸 볕이 이미 그곳에 도착해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사랑할 때는 볕도 잘라서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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