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15일 토요일, 이소선합창단은 문익환목사 28주기 추도식에 참가하여 노래불렀다. 추도식은 마석 모란공원에서 있었다. 문익환 목사는 이곳에서 마치 생전의 집인양 묘하나를 마련하여 부인인 박용길 장로와 함께 쓰고 계시다.
날은 매우 추웠다.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면 손이 바깥을 오래 견디지 못했다. 곱아진 손은 자꾸 주머니를 찾았다. 하지만 때로 사람들의 마음이 그 어떤 추위도 녹인다. 토요일의 문익환 목사 추도식에선 통일에 대한 열망의 마음이 겨울 추위를 녹이고 있었다.
이소선합창단은 추도식 순서 중에서 특송의 차례로 두 곡의 노래를 불렀다. <그날이 오면>과 <백두에서 한라 한라에서 백두로>가 그 두 곡이었다. <그날이 오면>은 신비로운 노래이다. 그 노래를 부르면 어떤 날이든 우리가 원하는 날이 잠시 우리 곁을 다녀간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다녀간 날은 통일의 날이었다. 한 때는 그날이 우리에게 “피맺힌 기다림”이 되나 노래는 그 기다림이 “헛된 꿈”이 아닐 것이라 했다. 우리는 노래를 부르며 잠시 그 순간을 살았다.
<백두에서 한라 한라에서 백두로>를 부를 때 잠시 꽃피는 시절이 우리 곁을 함께해 주었다. 노래 속에서 남의 유채꽃과 북의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나 어우러졌다. 통일은 겨울의 한가운데 있어도 봄을 노래할 수 있는 세상을 가져다 주었다. 마석 모란공원은 잠시 통일의 봄이 사람들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준 곳이 되었다.
추도식 중간에 하늘에 햇무리가 떴다. 해를 가운데 두고 하늘에 둥근 무지개빛 원이 그려져 있었다. 해는 빛나는 커다란 눈동자 같았다. 묘하게도 합창단 단원들만 그 햇무리를 볼 수 있었다. 합창단이 마주보고 있는 하늘에 햇무리가 떴고 사람들은 모두 그 하늘을 등지고 합창단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합창단을 보고 싶은 문목사님의 마음이 잠시 태양을 눈삼아 빌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노래는 하늘마저도 눈뜨게 한다.
합창단은 두 곡의 특송과 함께 모인 사람들과 더불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이렇게 모두가 함께 부르면 합창단이 노래를 앞세워 행진하고 사람들이 그 노래를 함께 부르는 것으로 노래의 행진에 발을 맞추는 일이 된다. 노래는 잠시 통일의 길을 함께 걷는 행진이었다. 겨울 추위가 크게 누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