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가는 길

내게 두물머리 가는 길은 두 가지 중 하나였다. 첫째는 차를 갖고 가는 것이다. 길이 막히지 않을 경우, 대략 집을 나서서 30분 가량 걸린다. 전혀 문제가 없지만 나는 운전면허가 없어서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는 이 방법으로 두물머리까지 갈 수가 없다.
나 혼자 갈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지하철도 가고 버스도 가지만 나는 거의 버스를 이용했다. 시간은 오히려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빠르지 않을까 싶다.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군자역까지 가서 열차를 바꿔타고 상봉역으로 간 뒤 그곳에서 양수역 가는 중앙선 전철을 타면 된다. 문제는 상봉역까지는 길이 두물머리 방향과는 정반대라는 것이다. 나는 반대 방향으로 가서, 그러니까 돌아서 가는 길을 참질 못했다. 버스는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반대 방향으로 가진 않는다. 어쨌거나 두물머리를 등지지 않고 마주하고 간다. 나는 우선 상일동까지 가서 그곳에서 팔당대교를 넘어갈 수 있는 버스로 바꿔탄다. 상일동까지 가는 버스는 많다. 팔당대교를 넘어가면 곧바로 내려 양수리가는 버스를 탄다. 양수리행 버스는 그다지 자주 오질 않았다. 버스를 이용했지만 마음이 자주 내키는 길은 아니었다.
변화가 생긴 것은 5호선이 하남검단산까지 연장되면서부터 였다. 지하철은 편해서 저항하기가 어렵다. 나는 지하철을 타고 검단산역까지 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팔당대교를 넘어가려면 버스를 타야 한다. 50번 버스가 근처에 있다. 그런데 역의 근처라고 보기가 어려웠다. 상당히 걸어가야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다 이 버스가 두물머리가 아니라 하남의 스타필드쪽으로 가서 다시 역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역을 두고 엉뚱한 방향을 갔다가 역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것을 참을 수가 없어 결국 이렇게 두물머리 가는 것도 그만두고 말았다.
그런데 이제 역방향으로 뒷걸음질을 치는 일이 없이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두물머리를 갈 수 있게 되었다. 버스역이 조정이 된 것이었다. 간만에 버스 노선도를 들여다 봤더니 50번 버스가 검단산역에서 서고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살펴보니 정류장에는 아직 50번 버스의 번호도 적혀있질 않았다. 그러나 버스는 어김없이 정류장에서 섰다. 버스를 타자 10분만에 나를 팔당역으로 데려다 주었다. 옛날에는 좀 여기저기 들렀다 갔으나 이제는 검단산역에서 사람들을 태운 다음에는 거의 곧장 팔당역으로 내달렸다.
팔당역에서도 이상한 일을 겪었다. 열차를 타러 올라갔더니 예전에 열차를 타던 플랫폼이 아니라 맞은 편 플랫폼에 열차가 서서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 양수역 가는 거냐고 승객에게 묻고 끄덕이는 고개를 보고서야 열차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열차는 내가 타고 나서도 잠시 더 서 있다가 출발했다.
그렇게 이제 나의 두물머리 가는 길은 내 성격에 딱 맞게 조정이 되었다. 간만에 나가서 두물머리를 산책했다. 오는 길에는 버스를 탔다. 마침 버스 시간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버스에 오를 때 이어폰을 끼었다. 소음 제거가 되는 무선 이어폰이라 끼면 음악 소리 이외에는 거의 아무 소리도 들리질 않는다. 흔들림이 버스의 것이 아니라 음악의 것이 되고 만다. 마치 음악에 몸을 싣고 가는 느낌이 든다. 팔당역에서 내리니 50번 버스 두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팔당대교를 건너면 나는 곧바로 내린다. 그러면 검단산역이다. 출발할 때는 거의 한 줄의 좌석을 나혼자 독점하며, 이 독점은 최소한 한 역 정도는 유지가 된다. 아울러 종점이어서 앉아서 집까지 간다. 나의 두물머리 가는 길이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