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과 벚꽃의 사랑

Photo by Kim Dong Won
2022년 4월 4일 서울 천호동의 우리 아파트에서

우리 아파트의 살구꽃과 앞쪽 아파트의 벚꽃이 눈맞추는 봄이다. 꽃은 꽃으로 눈을 맞춘다. 살구꽃은 일찍 피어 눈이 빠지라고 벚꽃이 피길 기다렸다. 다행이 벚꽃이 그리 늦지는 않았다. 아직 벚꽃철이 되려면 일주일은 기다려야 하는 것이 올해의 상황이지만 앞쪽 아파트의 벚꽃은 그 시기를 유난히 당겨서 피었다. 그래도 살구꽃은 지고 있다. 눈이 빠지라고 기다린 후유증이다. 나무는 걸어다닐 수가 없어 눈을 맞추려면 빤히 보이는 거리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둘은 빤히 보이는 거리를 가졌다. 그 거리가 주차장으로 비어있는 것도 다행스런 일이었다. 아무 것도 둘 사이의 시선이 오고갈 거리를 가로막지 않는다. 이제 둘이 눈을 맞춘 그 거리에 사랑이 찬다. 나는 가끔 내려가 두 꽃이 눈을 맞추면서 사랑을 채워놓은 그 공간을 걸어갔다 오곤 한다. 그것은 사랑의 공간을 산책하는 일이 된다. 내게도 둘은 그 앞에 설 때마다 내 시선을 앗아갈만큼 예쁘고 아름답다. 하지만 둘은 나는 안중에도 없다. 둘의 시선은 봄시간의 일분일초가 아깝다는 듯 서로에게 맞추어져 있다. 봄마다 우리 아파트의 앞으로 바다가 갈라지듯 사랑의 공간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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