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3일 일요일, 이소선합창단은 제주4.3 제74주년 서울 추념식에 참가하여 노래불렀다. 4.3은 수많은 억울한 죽음을 낳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다. 추념식은 11시였으나 합창단은 연습을 위하여 10시에 모였다. 음을 맞춰본 다음에는 추념식장인 서대문형무소의 여러 곳에 흩어져 파트별로 연습을 했다. 흩어진 노래는 식의 마지막 순서가 되었을 때 마련된 무대에서 두 곡의 노래로 합쳐져 제주의 영혼을 위로했다.
합창단이 부른 첫곡은 <잠들지 않는 남도>였다. 소프라노가 “외로운 대지의 깃발”을 들어 노래를 시작했고, 알토가 음을 더하여 노래를 확장했다. 4.3의 진실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 나갈 것이다. 두 번째 노래 <불의 섬>은 베이스와 알토의 저음으로 시작되었다. 두 곡 모두 “어둠살 뚫고 피어난 피에 젖은 유채꽃”과 “핏물진 섬마을 집울래에 쓰러진 유채꽃 하나”를 담고 있었다. 제주의 꽃이다. 노래는 제주의 꽃이 되어 억울하게 숨진 제주의 혼들을 위로했다. 꽃피는 봄, 노래가 유채꽃이 되었다. 노래는 제주의 영혼들에게 유채꽃을 바치고 있었지만 노래하는 단원들의 가슴에는 빨간 동백이 흔들리고 있었다. 주최측에서 나누어준 동백 배지였다.
제주는 멀리 남쪽의 섬이 아니라 이제 4.3 때는 서울에서도 그 아픔을 달래는 우리 모두의 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