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녀와 관련하여 반복되는 악몽이 하나 있다.
원래부터의 악몽이 아니라 이 악몽은 그녀가 운전 면허를 따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녀가 운전하는 차에 몸을 싣고 다니면서 편리함과 함께 그 공간은 그녀의 절대적 지배 공간이 되었다. 나는 편리함과 속도 때문에 그 공간에 몸을 의탁하고 그 지배 공간의 분위기가 내게 강요하는 약간의 굴종을 감내한채 대체로 그녀의 차를 이용하고 있다.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어쩌다 말다툼이 벌어져 그녀가 나보고 차에서 내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차를 세워두고 자신이 벌컥 내려버리는 사태이다. 나는 운전 면허가 없을 뿐더러 차를 움직일 수 있는 극히 초보적인 기술마저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 비상사태를 헤어날 무면허 운전도 불가능하다. 몇번의 말다툼 끝에서 그런 극단적 사태에 대한 상상력을 키우다 보니 결국 그 상상력은 악몽으로까지 번져나갔다.
그 악몽은 항상 그녀가 운전하는 차에 몸을 싣고 고속도로를 달려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말다툼이 벌어지고 그녀가 갑자기 차에서 내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그 순간 내가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려가기 시작한다. 꿈에서는 하늘을 나는 것도 자연스러우니 까짓 운전할 줄 모르는 내가 운전하는 것이 어디 대수랴.
그런데 어디선가 어김없이 경찰차가 나타나 내 차를 세운다.
무면허 운전으로 걸린다.
바로 그때쯤 상황의 당혹감으로 인하여 호흡이 곤란한 지경에 이르면서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깬다.
한편으로 그녀가 그럴리가 없다는 것을 강하게 믿고 있는 것 같은데도 왜 그런 악몽이 가끔 고개를 드는지 알 수가 없다.
2 thoughts on “그녀와 관련된 악몽 하나”
그래도 그 악몽 덕분인지 어느날 버스 타고 홀연히 떠난 영주 부석사 여행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보낸 한 여름의 태양볕 밑에서의 한가롭던 시간이 너무도 좋았다. 기다림이 초조함이 아니라 여유로운 자유로 뒤바뀌는 경험은 그렇게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요즘은 그대의 차를 타면 마치 앉아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달리고 있는 듯한 이상한 느낌마저 들 때가 있다. 속도의 흡인력에 우리들의 마음이 다급하게 빨려들고 있다는 얘기이리라. 언제쯤 그 속도의 줄을 놓고 여유롭게 살아볼런지…
그냥 차 안에서 약간의 협박^^만 했을 뿐이다.
아니지… 약간의 협박이라고 하기엔… 좀 미안하다.
거기에 조금의 무게를 더한 그런 협박…
평소에 지상에서는 협박을 할 수 없다.
왜냐면 내 말을 안듣고 싶으면 휙~ 나가 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꿈을 꾸면 꼭 본인이 운전하다 무면허로 경찰에게 걸린다고 한다.
꿈에서라도 무한질주를 해보고 싶은 울 털보~~
현실의 무게에서 벗어나 무한질주하게 만들고 싶다~~
그러나 아~ 이 무거운 현실이여~
제발 꿈에서라도 무한질주를 해보기를 소원해본다.
참고로 나는 꿈에서 무한질주를 한다.
아주 엄청나게 꼬불꼬불한 길에서도 속도감이 엄청나다.
넘어질듯 넘어질듯 꼬불꼬불한 길도 잘도 넘어간다.
그리고 계속 질주하다가 잠에서 깬다.
잠에서 깨기 바로 전, 나는 항상 생각한다.
이렇게 무한질주하면 어딘가에 경찰이 있을텐데…
어딘가에서는 서야 하는데…
그러면서 무한질주하면서 맛본 아슬아슬한 스릴감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안도의 한숨과 함께… 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