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부채

Photo by Kim Dong Won
2022년 4월 7일 서울 천호동에서

나무는 가지를 부채살처럼 펼쳤고, 어느 봄날, 그 가지에 벚꽃을 채웠다. 그러자 나무는 벚꽃 부채가 되었다. 나무 밑에 들어 고개를 드는 것만으로 벚꽃과 눈을 맞출 수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벚꽃과 눈맞은 사이가 되었다. 눈맞은 것을 기회로 벚꽃에게 속삭였다. 너는 지지말고 오늘 그대로 내 곁을 오래오래 살아 뜨거운 여름날도 우리 함께 넘기자. 여름날이 오면 너는 내 머리맡에서 가지를 흔들어 꽃향기 좋은 바람으로 나와 함께 하자. 그럼 나는 네 밑에서 잠에 들어 내 꿈 속마저 너로 가득 채우기로 하자. 눈이 맞으면 내일은 보이지 않는다. 벚꽃은 주저없이 그렇게 하리라 다짐했다. 때로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일주일도 못갈 약속으로 오늘을 영원처럼 사는 것이다. 벚나무 밑에 잠시 영원의 순간이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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