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회동의 북촌 거리를 걷다 이상한 조합의 글자를 보았다. 나는 첫글자를 한글로 보고 그라고 읽었다. 나머지 세 자는 일본어였고 마지막 한자는 집을 뜻하는 한자 가(家)였다. 말하자면 내게 이 글자들은 한글과 일본어, 한자의 세 나라말이 조합된 말로 보였다. 전체적으로 ユジソね家(유지소네이에)라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좀 이상했다. 첫 글자 그가 혹시 일본어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면 한자도 일본어의 일부가 되고 만다. 결국 세 나라의 조합이었던 글자는 일본어라는 것으로 수정이 되었다.
나는 일본어를 모른다. 내가 일본어를 모르긴 하지만 네이버의 일본어 사전을 이용하면 충분히 읽어볼 수가 있다. 지금이 그런 시대이다. 일본어 사전의 화면에서 글자 모양을 그려 넣었더니 앞의 네 글자는 모두 일본어가 맞았다. 읽기는 유지소네로 읽는다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일본어 사전은 이 단어가 어떤 뜻인지는 전혀 알고 있지 못했다.
유지소네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나는 이 정체불명의 일본어를 구글에 넣고 검색을 해보고 한글 유지소네로도 검색을 해보았으나 아무런 성과도 손에 넣지 못했다. 유지소네와 북촌을 결합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유지소네집의 비밀을 풀어준 것은 구글도 네이버도 아닌 내 일본인 친구 마사코님이었다. 마사코님은 이를 보고 곧바로 유진 상 집이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그제서야 아, 이게 유진이구나 했다. 유진 북촌으로 검색을 하니 곧바로 유진이네집이 나왔고, 사진이 있어 살펴보니 바로 내가 그 글자를 봤던 집이었다. 가게였다. 내가 봤을 때는 문이 닫혀 있었다. 사실 가게 문이 열려 있었다면 큰 수고 없이 그 일본어의 뜻을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ユジソね家(유지소네이에)는 말하자면 유진이네집이었고, 유진은 겨울연가에 나오는 여주인공 유진이었다. 그러니까 유진이네집은 최지우의 집이었다. 나는 몰랐는데 엄청 유명한 촬영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 가게는 촬영지 자체는 아니고 그 집의 아래쪽에 있는 겨울연가의 기념품 판매점이었다. 예전 사진을 보니 배용준의 사진과 엽서 같은 것을 팔고 있었다. 주로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은 것 같다. 가게 이름이 일본어로 되어 있었던 연유도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이다. 문이 닫혀 있는 것으로 보아선 지금은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듯 보였다.
나는 결국 유지소네집의 비밀을 풀었다. 그 집은 유진이네집이었다. 구글도 네이버도 소용이 없었다. 내 일본인 친구가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되었다. 그 강력하다는 세계적 검색엔진도, 한국에서 최고를 달리는 검색 포털도 아무 도움을 주지 못했다. 유지소네집의 비밀은 친구를 잘 두어야 풀 수 있었다.
2 thoughts on “유지소네집의 비밀”
그 드라마가 일본에서 방송하고 있었던 시기는 2004년 아마 제가 촬영지이었던 남이섬 춘천을 여행한 것이 2006년정도이지요 . 그 시기에는 있었던 가게이지요. 비밀을 푸는 도움이 되어 좋았어요! ^^*/
전혀 짐작을 못하고 있었는데 마사코님이 알려준 유진 상 집이란 얘기가 비밀을 푸는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고마워요. 코로나 때문에 일본 방문객들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문을 닫은 것인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