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는 꽃이 먼저 핀다. 그러면 꽃을 보러 봄이 온다. 나는 봄이 되서 꽃이 핀다기보다 꽃을 보러 봄이 온다고 생각하고 있다. 꽃들은 그 추운 겨울을 헤치고 봄이 올만큼 예쁘다. 하지만 꽃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꽃이 진 다음에는 꽃찾아 온 봄과 같이 살자며 잎이 난다. 그리하여 꽃을 보러 온 봄이 같이 살게 되는 것은 잎이다. 봄이 꽃의 얼굴을 보는 것은 잠깐이지만 잎과는 가을까지 계절을 바꿔가며 길고 오래 함께 살게 된다. 그 뜨거운 여름 더위도 둘이 함께 견딘다.
우리도 그렇다. 꽃다운 시절에 만나지만 계속 꽃으로 함께 사는 것은 아니다. 꽃다운 시절은 잠깐이고 나머지 삶은 거의 잎에 가깝다. 그렇다고 그게 서러운 일은 아니다. 진달래의 봄이 꽃은 잠깐이고 잎하고만 길다고 서러워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도 진달래와 비슷하니 서러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진달래는 매년 봄, 꽃이 피지만 우리는 매년 봄, 꽃의 시절을 회상하며 사는 것이 다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