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하남에 있는 미사리 조정경기장을 한바퀴 돌고 왔다. 하남풍산역에서 내려 걸어갔다. 집으로 올 때는 미사역까지 걸어가서 열차를 타고 왔다. 이곳이 이렇게 좋은 곳이었나 싶게 좋았다. 조정경기장이 들어선 것은 88올림픽 때였다. 주변이 모두 전형적인 시골 풍경을 하고 있던 시절에 그것은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낯선 시설물로 현재의 자리를 차지하며 이곳으로 밀고 들어왔다.
집에서 가까워 몇 번 놀러갔었다. 별다른 시설은 없었고 그냥 잔디밭에 앉아서 쉬었다 오는 곳이었다. 자전거 타기에 좋았다. 2002 월드컵 때는 이곳에 가서 야외에 설치된 화면으로 중계를 보며 한국 대표팀을 응원했었다. 여전히 주변 풍경과는 크게 다른 곳이었다.
조정경기장 앞쪽의 미사지구가 개발되어 거대한 아파트촌으로 변하면서 옛모습이 사라졌고, 그러고 나자 이제 이곳에서 조정경기장은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으로 바뀌었다. 말하자면 과거가 사라진 지역에서 이곳이 이제는 과거를 보존된 곳이 되었다.
경기장을 한바퀴 돌아보니 앞쪽보다 뒤쪽이 더 사람들에게 인기다. 나무숲이 좋고 겹벚꽃이 엄청나게 심어져 있어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도 그 사람들이 모두 나무를 한 그루씩 꿰차고 꽃의 봄날을 즐길 수 있을 정도였다. 앞쪽도 나무가 좋아서 나무 그늘에 앉아 시간보내기 좋은 곳이었다.
한때 이곳은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낯선 곳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곳에서 과거의 시간을 만난다. 이곳을 나가면 앞쪽의 지역은 어느 곳이나 모두 낯설기만 하다. 조정경기장 앞쪽의 도로를 사이에 두고 시간은 역전되었다. 새롭고 낯설던 곳이 과거가 되고, 낯익던 곳은 옛모습을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전혀 새로운 곳으로 바뀌었다. 도로 하나를 건너, 과거를 걷다가 낯선 오늘로 다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