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마당의 느티나무가 오는 비를 다 맞으며 소나기의 굵은 빗줄기를 모두 감당하고 있다. 느티나무는 나를 어릴 적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의 운동장으로 데려간다. 영월 읍내에서 40여리 떨어진 곳에 자리한 강원도 시골 마을의 초등학교이다. 그 운동장의 여러 친구들 속에 내가 있다. 비가 억수 같이 내리던 어느 날 우리는 그 비를 다 감당하며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운동장은 비만 오면 발이 빠지는 진흙밭이었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단단한 곳을 골라 뛰던 몸의 균형을 잡으며 진흙 마당을 미끄러졌다. 느티나무야, 우리도 한때 너처럼 오는 비를 맨몸으로 감당하며 빗속에서 신나게 뛰어다니고 놀았단다. 뭐, 한없이 좋았었지. 과거의 한때를 회상하며 부러운 듯 한참 동안 느티나무를 내려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