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합창단은 2022년 6월 24일 토요일, 서울교통공사노조 새집행부 출범식에 참가하여 노래로 노동자들과 함께 했다.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는 “파업은 고용주와 노동자 사이의 단순한 힘겨루기가 아”니라면서 “경제 영역에서의 불평등은 낮은 임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노동자가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정의로운 세상을 말할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도 불평등이라는 것이 랑시에르의 시각이다. 때문에 랑시에르는 노조 활동을 단순히 임금 인상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그들의 활동이 “옳은 것임을 증명하려”는 실천이자 행동이라고 말한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의 새집행부 출범식에선 바로 그 노동자가 세상에 전하는 그들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지하철 노동자들은 “건강한 일자리가 안전한 지하철을 만든다”고 말했다. 세상이 귀 기울여야할 노동자의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이 이루어질 때 “모두의 존엄성이 동등하게 인정받는 사회”가 좀더 폭넓게 이루어진다. 보다 정의로운 사회이다.
이소선합창단은 그 노동자의 말에 노래를 보탰다. 합창단이 부른 노래는 세 곡이었다. 첫 곡은 <진군의 노래>였다. 노래는 “깨지고 짓밟혀도 우린 노동자”라며 노동자의 이름으로 하나되어 진군에 나섰다. 노래는 그 진군이 “노동해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군은 한곡의 노래로 그치지 않았다. 두 번째 노래 <해방을 향한 진군>이 첫 노래의 진군을 또 다시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진군의 노래>로 시작된 노동자의 진군은 두 번째 노래에선 “투쟁의 망치로 노동자의 하늘을 열”었다. “총파업 전선”에 서서 그 하늘을 연 노동자들이 꿈꾸는 것의 궁극은 모든 인간이 존엄하게 대접받는 세상이었다. 랑시에르의 말대로 파업은 노동자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싸움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들이 꿈꾸는 보다 정의로운 세상을 위한 행동의 언어이다.
사회를 본 이소선합창단 단원 김종균은 그 자신이 지하철 노동자이기도 하다. 그는 두 곡 이외에 특별히 부탁받은 또 한 곡의 노래가 있다고 했다. 그 노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었다. 이 노래는 이미 식순에 따라 노동자들이 함께 부른 뒤였다. 합창단은 같은 노래를 또 다시 불렀다. 합창단이 부르자 노래는 음과 리듬의 아름다움을 갖춘다. 같은 노래가 또다른 세상을 펼친다. 그러다 중간쯤 합창단이 주먹을 쥐고 흔들기 시작하자 노조 출범식의 모든 노동자가 주먹을 흔들며 그 노래를 함께 불렀다. 노동자의 말에 더하여 이제 노래도 노동자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