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를 걸어가던 사람들 가운데서 몇 사람이 뛰기 시작한다. 어느 쪽으로도 열차는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을 뛰게 한 것은 2분 후에 열차가 도착한다는 것을 알리고 있는 전광판의 수치이다. 이제 우리를 뛰게 하는 것은 역으로 막 들어오고 있는 열차가 아니라 그 열차가 2분 후에 도착할 것임을 알려주는 수치이다. 우리는 수치가 우리를 뛰게 만드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회사 생활하며 실적의 수치를 위해 뛰는 것도 힘든데 지하철에서 마저 우리는 그 수치로 인하여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