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평촌에도 바다가 있었다.
평촌역에 내려 2번 출구로 나가면
그 바다에 갈 수 있었다.
골목을 해변삼아 조금 거닐다 보면
그 바다가 보였다.
노란 바다였다.
전복과 가리비, 소라, 문어가 나와
바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맛있는 바다이기도 했다.
아는 시인이 낸 해산물집이었다.
일년에 한두 번 그곳을 찾아
아는 사람들과 술을 마셨다.
집이 멀어 일찍 빠져나오곤 했다.
사람들이 잡을 것이 뻔해
온다간다 말도 없이 일어서곤 했다.
몰래 빠져나와 집에 오면
시간은 밤12시에 가 있었다.
다음 날 들어보면
남은 사람들은 3시반이 되어서야
자리를 털었다고 했다.
사실 오늘은 여기서 밤새 마시고
내일 아침에 이른 전철을 타고 서울로 가자고 한 것은 나였다.
말은 그렇게 해놓고
항상 제일 먼저 바다를 빠져나오곤 했었다.
시인이 바다를 접으면서 그 바다는 없어지고 말았다.
많이 아쉽다.
가끔 평촌의 바다로 놀러갔었다.
놀러갈 바다가 평촌에 있다는 것만으로 좋은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