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지금 사는 집에 이사왔을 때,
이 집이 주변에선 가장 높았던 기억입니다.
그렇다고 지금 사는 집이 고층집은 절대로 아닙니다.
그냥 얕으막한 2층짜리 구옥의 단독 주택에 불과합니다.
다만 그 전에는 주변의 집들이
이 집보다 더 낮은 높이로 함께 했던 단층집들이었습니다.
바로 우리 앞집의 경우 옥상이 내려다 보였고,
그 집의 뒤뜰에 있던 목련 나무는
봄이면 그 나무의 꽃을 마중하는 재미가 상당히 쏠쏠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변했죠.
지금은 이 집이 가장 낮게 엎드려 있습니다.
몇년 전에는 바로 앞으로 아파트도 들어섰습니다.
아파트는 아주 높습니다.
지지난 해던가
배나무와 감나무를 사다가
이 집 마당의 동쪽과 서쪽으로 각각 한그루씩 심었습니다.
처음의 생각으로는
아침 해는 동쪽의 배나무가 마중하고,
저녁 해는 서쪽의 감나무가 배웅할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나무 두 그루 심어놓고
아침과 저녁을 맞고 보내는 걸
두 나무에게 맡겨 놓으려 했었죠.
근데 오늘 아침 감나무 아래 섰다가
감나무가 엄청 헷갈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서쪽을 온통 가로막고 있는 아파트의 창으로 해가 뜨고 있었으니까요.
어느 날부터 감나무에게 이 동네는
서쪽에서 해가 뜨는 동네가 되어 버렸습니다.
감나무는 많이 헷갈리고 있습니다.
앞에 새로 들어선 그 높다란 아파트를 햇님의 거처로 알고 있으니까요.
햇님은 그 아파트에서 자고 일어났다가
항상 정문을 내버려두고 아파트 뒤쪽으로 슬그머니 몸을 숨깁니다.
우리 집 감나무에게 이제 이 동네는
해가 서쪽에서 뜨는 아주 별난 동네입니다.
4 thoughts on “해가 서쪽에서 뜨는 동네”
해가 서쪽에서 뜨는 아주 별난 동네가 동원이가 살고 있답니다^^
내가 아니구 동원이네 감나무.
몇해전 이사온 이층방 창문으로 아침마다 해가 떠요.
제 창문은 ‘동쪽’이에요^^
앞이 탁 트여서, 해 뜰때랑 하늘 보기 좋아요.
햇님은 일상의 기쁜 만남이죠.
매일 해뜨는 걸 볼 수 있다는 건 큰 행복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