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연인이 강건너에 산다. 여자는 달이 뜨길 기다리고 있다. 달이 뜨면 강에도 달이 뜨고 그럼 여자의 연인은 마치 징검다리처럼 그 강의 달에 올라 강의 달이 내려준 달빛의 주단을 밟고 천천히 강을 건널 것이다. 그리하여 드디어 여자와 만난다. 그 사이에 달은 달빛을 거둔다. 그러면 어떻게 돌아가냐고? 사랑은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강을 건너는 것이다. 멀쩡한 다리를 옆에 두고도 여자가 달이 뜨길 기다리는 이유이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다리를 건너 여자를 만나러 오는 남자는 믿을 수가 없다. 달빛을 밟고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남자만이 믿을 수 있는 남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