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풀인줄 알았잖아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4월 25일 한강 잠실대교 북단의 길거리 풀밭에서
자운영

요즘은 어느 한강다리나 거의 대부분 자유롭게 걸어서 오갈 수가 있다.
다리 중간에 전망대도 있다.
한강 다리의 한 중간에서 내려다보는 한강물은 아찔하다.
예전에도 다리 옆으로 보행로가 있긴 했지만
그 보행로로 들어가는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
지금은 대부분의 다리에 보행자와 자전거를 위한 진입로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그래서 한강에서 놀다가 쉽게 한강다리에 올라 건너편으로 갈 수가 있다.
난 그렇게 다리를 건너다니길 좋아한다.
어느 날 어린이대공원으로 가려고 잠실대교를 걸어서 건너다가
그 북단에 있는 길거리의 풀밭에서
분홍빛의 아주 예쁜 꽃을 보았다.
난 토끼풀이라고 생각했다.
“엇, 저렇게 예쁜 토끼풀도 다 있네.”
토끼풀인지 확인해보려고 꽃의 줄기를 손으로 더듬으며
줄기가 뻗어온 지면까지 따라가 보기까지 했다.
꽃의 줄기는 토끼풀의 잎들과 엮여 있었다.
오, 토끼풀 맞네.
난 마치 행운을 잡은 느낌이었다.
분홍의 토끼풀은 흔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끼풀의 경우 희귀성이 행운을 부른다.
네잎의 클로버가 그래서 행운이 된 것 아닌가.
희귀한 분홍의 토끼풀꽃은 그래서 그날 나에게 행운의 꽃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와 알게 되었는데 그건 토끼풀이 아니었다.
그 꽃의 이름은 자운영(紫雲英)이란다.
한문을 보자면 보라빛 구름처럼 피어나는 꽃이다.
정말 이름 그대로다.
이름을 알게 되면서
그 꽃에서 행운을 털어내야 했지만
자운영이 예쁜 건 여전하다.
그 꽃을 만나서 얻어진 다른 행운이 행운이 아니라
그 꽃을 만난 그 자체가 행운이지 않았을까 싶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4월 25일 한강 잠실대교 북단의 길거리 풀밭에서
자운영

6 thoughts on “토끼풀인줄 알았잖아

    1. 이거 행운의 꽃으로 생각한게 괜한 건 아니었나 봐요.
      시골가면 흔하다고 하던데 왜 난 이 꽃을 본 적이 한번도 없나 모르겠어요.

  1. 세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고 하던데…
    저는 드문 행운보다, 꾸준한 행복이 더 좋습니다.
    행복하다보면, 그 안에 행운도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 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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