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풀을 자운영과 헷갈렸더니
지나는 길에 부딪친 토끼풀이 한마디했다.
내가 바로 토끼풀꽃이야.
얘기 들으니 나를 자운영 꽃으로 오인하고 좋아 했더구나.
으이구, 그 예쁜 거 밝히는 것 좀 이제 그만 둘 수 없겠니.
하긴 자운영꽃이 예쁘긴 하지.
보라빛과 흰색을 적절하게 배합하고
모양도 리본처럼 다듬은 그 자태는 누가 봐도 눈이 갈만해.
그걸 토끼풀꽃으로 착각을 했으니 신기한 느낌마저 들었겠지.
하지만 난 많이 섭섭하더라.
차라리 원래부터 그 꽃을 알고 있었더라면 섭섭함이 덜 할뻔 했어.
그걸 나로 착각을 하니까
마치 내가 내 자리에서 밀려난 느낌이 들었어.
그래서 섭섭함이 더했지.
앞으론 그런 착각좀 하지마.
네가 장미를 노래하고 민들레에 마음을 뺏기는 건 이해가 가는데
무엇인가를 나로 착각하고 눈길이 돌아가는 건 은근히 신경질 나거든.
그건 나는 아주 특별한 나라서 그런 거야.
내가 왜 그렇게 특별나냐구.
나에겐 어느 날 네가 그녀의 손가락에 만들어주었던 꽃반지의 추억이 실려있잖아.
그렇게 사랑을 실을 수 있는 꽃을 지금까지 본 적이 있어?
다른 꽃들은 그저 잠깐 네 눈길의 호사를 누리는 게 고작이지만
나는 너의 사랑을 싣고 그걸 그녀의 손에 건네주었어.
그녀가 네가 건네준 장미의 추억을 얼마나 기억하는데?
아마 별로 없을 걸.
하지만 토끼풀 옆을 지나칠 때마다
그때 네가 그녀의 손가락에 매어주었던 그 꽃반지의 추억은 항상 얘기하잖아.
어때 나한테 좀 많이 미안하지 않아?
인생이 그렇다.
항상 실수하고, 그거 메꾸면서 살아간다.
8 thoughts on “내가 바로 토끼풀꽃이야”
저도 어렸던 친구들이랑, 학교 소풍으로 가까운 동산에 놀러가게 되면, 반지만들고, 목걸이 만들며 놀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러고보니, 그 친구들 아직 시집 안 간 녀석들이 많네요.
주루님이 빨리 먼저 테이프 끊어요.
결혼식 보러가게 결혼은 한국에서 하시도록…
독일은 가고 싶은데 결혼식에 가기에는 너무 멀어요.
잘 지내셨어요?^^
토끼풀꽃이 많은곳에가서 딸아이들 화관 하나씩 만들어 씌워주고 싶은데
그렇게 많이 피는곳이 있을지.^^
얼마전엔 네잎 클로버가 많은 곳을 발견했어요.
혼자 엄청 신나서 네잎을 몇잎이나 찾았는데 어쩌다 또 다음날가면
또 있고 또있고.^^ 두꺼운 책속에 잘 끼워 말렸답니다.
근데 너무 흔하니까 행운의 클로버같지도 않구요.
오늘은 오다보니 누군가 토끼를 주려는지 모두 베어가 버렸어요.^^
요즘 무척 바쁘신가 봐요.
토끼풀꽃으로 만드는 화관은 아주 멋지더군요.
가을소리님 블로그는 자주 가요.
저는 그냥 요즘은 일로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들판에서 버들피리로 피리 만들어 불어주고,
토끼풀로 팔찌, 반지 만들어주는 추억… 그거 다 연애할 때 한번씩 다 하는거잖어^^.
토끼풀로 팔찌 만들어 걸어주는 추억… 우리 딸 세대도 할까…ㅎㅎ
그런 거 안하고 초콜렛 직접 만들어서 주잖아.
옛날 것만 고집할 일은 아니지 뭐.
초콜렛도 직접 만드니까 상당히 낭만적이 되더라.
얼마전에 저녁산책하는 길에 토끼풀꽃으로 팔찌를 만들었어요.
엄마가 처음에는 적당히 꼬우며 모양 만들며
“오홋, 이거 아직 안 까먹었네”(흐뭇)하시더니
막상 결과가 팔찌로 만들기가 안 되니까
“에랏, 모르겠다”시며 대충 팔에 걸어주시대요^^
그렇게 전 토끼풀꽃으로 엄마와의 추억 하나 보탰어요.
어머니가 상당히 섬세하신 가봐요.
그게 사실 만들기가 그렇게 쉽지도 않거든요.
아주 미세하게 틈을 내서 둘을 꿰어야 하기 때문에요.
저도 어렸을 때 해보고는 까먹어서 마지막 마무리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더라구요.
길게 엮으면 목걸이도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