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불러온 노동자 집회와 노래 – 이소선합창단의 서울시청앞 심지훈 단원 농성 노동자 집회 연대 공연

Photo by Kim Dong Won
2022년 10월 27일 이소선합창단의 서울시청앞 노동자 집회 연대 공연
서울시청앞

이소선합창단은 2022년 10월 27일 목요일 서울시청앞에서 마련된 노동자 집회에 참여하여 노래로 함께 했다. 집회에는 <도시가스 안전점검원 서울시 산정임금 지급과 민간위탁 사업 폐지 및 예산 삭감 저지를 위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집중 결의대회>라는 긴 명칭이 붙어 있었다. 집회의 명칭은 길었지만 내용은 서울시장 오세훈이 입으로는 동행을 말하면서 실제 정책에선 약자에 대한 만행을 저지르고 있어 이에 분노한 노동자들이 정책을 바꿀 것을 요구하는 집회였다.
이소선합창단의 사진을 찍으면서 여러 집회를 다녔지만 농성자 중에 아는 얼굴이 있는 집회는 나로선 처음이었다. 그 아는 얼굴은 합창단의 테너 심지훈이었다. 합창단에선 간단하게 테너 심지훈이었지만 집회의 현장에서 심지훈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노동민간위탁분회 분회장이라는 아주 긴 직함을 갖고 있었다. 그가 소개되고 직함을 듣는 동안 숨을 두어 번 쉬어야 했다. 합창단은 단원의 농성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이날의 집회에 함께 했고, 심지훈은 잠시 농성자에서 합창단원으로 자리를 바꿔 무대에 함께 섰다.
합창단 소개는 심지훈이 했다. 집회의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합창단의 뜻을 전했고, 합창단원이 대개는 어머니이고 아버지이지만 자신과 같은 아들도 있다고 했다. 심지훈은 합창단의 가장 젊은 피 중 한 명이다.
합창단은 두 곡의 노래를 불렀다. 첫곡은 <우리라는 꿈>이었다. 노래는 “아무리 끌어모아도 꿈이 되지 않는 노동”을 말한다. 그것이 이 땅의 노동이 처한 현실이다. 그런 현실은 사람들의 무릎을 꺾게 마련이다. 하지만 노래는 그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저앉지 않을 거야”라며 의지를 말하더니 “서로 맞잡아 꿈이 되는 노래”로 꺾이는 무릎을 일으켜 세운다. “포기할 수 없”고 “멈출 수도 없”는 노동자들이 그 노래의 앞에 앉아 있었다. 노래는 그들의 노래였다.
두 번째 노래는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 였다. 합창단의 테너 김용우는 이 노래를 가리켜 단결 민중 패배 불가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했다. 그 얘기를 들을 때 줄여서 부르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노래는 노래한다. “우리의 승리를.” 노래 속에서 그 승리는 “단결의 깃발 앞서나가”는 행진 속에 이루어진다. 노래를 하는 동안 집회 노동자들이 들고 있는 깃발이 반듯하게 그 폭을 펼친채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깃발을 펼친 것은 단결한 노동자들의 승리를 예언한 합창단의 노래이기도 했다. 노래의 끝에서 모두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상화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고 물었다. 시청 앞의 가로수는 계절이 가을로 바뀌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묻게 된다. 노동자가 그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세상에도 가을은 오는 것일까. 때로 가을은 노동자가 인간의 이름으로 싸우고 그 싸움을 지지하는 노래 속에서 비로소 온다. 시청앞 거리에 가을이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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