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의 절정 – 이소선합창단의 2022 인천전국민주시민 합창축전 공연

Photo by Kim Dong Won
2022년 10월 29일 이소선합창단의 인천전국민주시민 합창축전
인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이소선합창단은 2022년 10월 29일 토요일 인천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에 참가하여 노래불렀다. 민주 세상을 꿈꾸는 전국의 합창단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나누는 축제의 시간이다. 행사는 인천의 부평아트센트 해누리극장에서 오후 4시에 시작되었다.
행사장 가까이 사는 인천의 단원들이나 서울의 서부권에 사는 단원들은 행사장으로 곧장 왔고 서울에 사는 그밖의 단원들은 아침 8시에 서울역 인근에서 모여 주최측에서 제공한 버스를 이용하여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버스는 경인고속도로를 타고 행사장으로 갔다.
오전에 리허설 시간을 가졌다. 리허설 시간에 객석에서 사진을 찍으며 노래를 들을 수 있었던 내겐 오늘 이소선합창단의 공연이 엄청난 감동이 될 것이라는 예고를 듣는 느낌이었다. 항상 노동자들과 함께 하며 거리에서 자동차 소음의 방해 속에 공연을 해야 했던 합창단이 간만에 서는 실내 무대이기도 했다. 음향마저 좋았고, 노래를 아무런 방해없이 마음껏 호흡할 수 있었다. 가끔 노래만 누릴 수 있는 좋은 환경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기도 했다.
수도권에서 개최되는 행사여서 일찍 행사장에 도착할 수 있었던 관계로 시간 여유가 많았다. 합창단은 공연장의 대기실 근처 여기저기로 흩어져 연습을 했다. 파트별로 이루어지는 연습이어서 노래들이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는 느낌이었다. 각자 돌아다니던 노래들은 공연 시간이 되면 무대로 모여 노래를 모을 것이다. 화창한 햇볕이 환한 눈빛을 반짝이며 노래를 들여다 보기도 했다.
이소선합창단은 12개의 합창단 가운데 마지막 순서로 무대에 올랐다. 합창단은 두 곡의 노래를 불렀다. 첫 노래는 <봄소식>이었다. 노래는 “아직은 추운 새벽 거리에 너와 나는 봄소식 전해야 하네”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노래가 시작될 때만 해도 봄소식은 아주 느낌이 여리다. 하지만 노래가 “노동자의 하늘을 열다”라는 구절로 이어지면 마치 노래가 해일처럼 일어서는 느낌으로 바뀐다. 보이지 않던 세상의 노동자가 모두 노래의 리듬을 타고 쏟아져 나오는 느낌이다. 그렇게 해일처럼 일어선 노래는 “어둠을 뚫고 마침내 우뚝서서” 봄소식을 전하기에 이른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지만 공연장은 잠시 무르익은 봄이었다.
두 번째 노래는 <삶의 주인 여성들>이었다. 노래는 여성들을 “집과 화분에 갇힌 신세 거절당한 이방인”이라고 말하며 시작된다. 예상했겠지만 노래가 그 운명 속에 여성을 방치할리가 없다. 노래는 여성을 그 운명 속에서 끄집어낸다. 노래는 “사슬을 끊고 나가 편견을 찢고 싸워나가자”라는 목소리로 바뀐다. 그리하여 우리는 노래와 함께 우리 앞에 우뚝 선 새로운 여성을 만나게 된다. 바로 “삶의 주인 여성들”이다. 뜻을 함께 하는 남성 단원들도 그 자리에 함께 였다. 노래를 들은 모든 남성들이 마다않고 함께 하고픈 자리이기도 했다.
12개의 합창단이 참가한 공연에서 이소선합창단의 순서는 마지막이었다. 노래를 듣기 위하여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이소선합창단이 두 곡의 노래를 부를 때 그것은 마지막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지막이 아니라 이번 축전의 절정이었다.
이소선합창단은 이번 공연에서 또 하나의 획을 그었다. 그것은 합창단의 옷이었다. 모든 합창단이 대개 일색의 복장으로 무대에 섰지만 이소선합창단은 하나로 옷을 맞추면서도 동시에 다양함을 보여주었다. 여자 단원들은 위쪽을 흰색 브라우스로 통일하면서 치마는 갖가지 색과 무늬의 옷으로 자유롭게 입었다. 남자 단원들은 바지는 검정으로 통일하면서도 셔츠는 재량껏 다양하게 입었다. 옷들마저 갖가지 색으로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면서 또 한편으로 색을 하나로 모으고 있었다.
축전의 마지막은 참가자들이 모두 함께 부르는 <오월의 또 다른 빛>이었다. 이 대합창은 5.3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함께 해주었다. 모두가 합창으로 입을 모아 “민주, 평화, 인권, 다시, 또 희망”을 노래했다.
뒷풀이 행사가 있었다. 영종도 골든튤립호텔에서 마련된 행사였다. 참가 합창단들이 모두 각자 마련한 공연으로 즐거운 시간을 함께 했다. 이 뒷풀이에서도 이소선합창단은 마지막 순서를 장식했다. 합창단의 대표이자 알토인 김종아가 이소선합창단을 간단하게 소개했다. “이소선합창단은 노동자 합창단입니다. 항상 거리에서 싸우는 노동자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싸워야하는 하는 세상이 계속되는한 이소선합창단의 노래도 노동자들의 싸움과 함께 계속될 것입니다.” 짦았지만 이 소개의 말에는 이소선합창단이 집약적으로 담겨 있었다. 소개의 말에 이어 합창단은 “대결”을 불렀다. 노래는 민주노조 만만세로 시작되었고, 노래가 시작되자 그 노래는 그곳에 모인 모두의 노래가 되었다. 노래 <대결>은 뒷풀이를 찢었다.
뒷풀이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온 뒤에도 많은 대화가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테너 손승일의 공연 소감이었다. 다른 합창단들이 모두 노래를 잘 불렀지만 유독히 이소선합창단의 노래에는 다른 느낌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그 느낌의 비밀에 대해 나름의 답을 내놓았다. 그는 우리 노래가 힘을 갖는 것은 단순히 노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와의 연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의 말은 듣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오늘 노래를 합창단이 부른 것 같지만 사실은 그동안 연대 공연에서 노래에 마음을 나누어준 수많은 노동자들이 함께 부른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오늘은 합창단만이 무대에 선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거리에서 싸우는 모든 노동자가 오늘 축전의 무대에 함께 선 것이었다. 이소선합창단의 노래는 왜 조금 특별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에 대해 답을 얻은 순간이기도 했다.
행사는 다음 날인 10월 30일에도 이어졌다. 30일의 일정은 강화 기행이었다. 평화전망대에 들러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했고, 광성보에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를 부르며 작별을 했다. 이소선합창단은 버스를 타고 서울역에 돌아와 헤어졌다. 헤어지며 다들 고생하셨어요, 또 고생하기로 해요라고 했더니 모두가 알았어요, 또 고생하기로 할께요 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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