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13일 금요일, 이소선합창단은 마석의 모란공원에서 있었던 전태일 50주기 추도식에 참가하여 노래로 함께 했다. 50년전 전태일은 22살이었다. 그는 노동자가 일하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임을 세상에 외치며 자신의 몸을 불살랐다. 50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많은 노동의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기계취급을 받으며 일해야 하는 현실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의 외침은 잊혀지지 않았다. 그 외침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의 외침을 기억했다. 노동자들이 특히 많이 왔다.
이소선합창단은 두 곡의 노래를 불렀다. <임을 위한 행진곡>과 <전태일 추모가>였다. 합창단은 노래로,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철폐하라는 구호로 죽음을 일으켜 세운다. 노래와 구호가 일으켜 세운 죽음은 일어나 살아있는 모든 자들의 행진이 되었다. 추도식이 끝나고 도심으로 들어간 노동자들이 행진했다고 들었다. <전태일 추모가> 속에서 노래는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는 그의 외침을 다시 외쳤다. 그의 외침은 자리에 모인 모든 노동자의 외침이 되었다.
아침의 날씨는 흐렸으나 추도식이 진행되는 동안 하늘이 벗겨져 푸른 하늘이 얼굴을 내밀었다. 11월의 기온은 대개 쌀쌀한 편이나 이 날은 기온 또한 많이 푸근했다. 노동이 존중받고 평등이 구현된 세상이 오면 그 날도 날이 좋고 따뜻할 것이다. 날씨도 노동자가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힘을 보탠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