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스의 전설

Photo by Kim Dong Won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란 작가의 <연금술사>(The Alchemist)라는 짤막한 소설을 읽다가 재미난 구절을 발견했다.

매개체가 되고 있는 것은 나르시스의 전설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그 전설은 매일 한 호수가에 나와 앉아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아름다움에 빠져있던 나르시스의 이야기이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너무 매료되어 호수에 빠져들게 되고, 그리하여 결국 익사하고 만다. 그가 빠졌던 그 자리에서 꽃이 하나 피어나고 그 꽃이 나르시스라 불리게 되는데, 우리 말로는 수선화이다. 하지만 <연금술사>에선 그 나르시스의 전설이 끝을 달리한다.

나르시스가 죽었을 때 숲의 여신들이 호수에 모습을 나타낸다. 여신들은 담수로 채워져 있던 호수의 물이 짭짤하게 바뀌어 있음을 눈치챈다. 호수가 울고 있었고, 그 눈물의 소금기로 인하여 그리된 것이었다.
“호수여, 왜 울고 있나요?” 여신들이 물었다.
“나르시스의 죽음이 슬퍼서 울고 있어요.” 호수가 답했다.
“그럼 놀랄 일은 아니군요. 우리도 항상 숲에서 그를 쫓아다녔지요. 그의 아름다움을 눈앞에서 지켜본 것은 당신만이 아니예요.”
“뭐, 뭐라구요? 근데 나르시스가 아름다웠다구요?” 호수가 반문했다.
“호수여, 당신은 누구보다 그걸 잘 알고 있지 않나요?” 여신들은 호수의 반문을 의아해 했다. “나르시스는 매일 당신의 뚝에 앉아 그 자신에게 빠져들었으니까요.”
호수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마침내 입을 열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르시스의 죽음이 슬퍼서 울고 있었어요. 하지만 나르시스가 아름다운 건 전혀 몰랐어요. 나는 그가 내 뚝에 앉아 나를 들여다 볼 때마다 그의 깊은 눈동자 속에 비친 나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죠.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되었어요. 그래서 울고 있는 거예요.”

쉽지는 않지만 역시 시각을 뒤집는다는 것은 재미난 일이다.

2 thoughts on “나르시스의 전설

  1. ^^ 재밌네요.
    어쩌면 대다수의 인간들이 정도만 달랐지 나르시스 기질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가끔 세수하고 난뒤의 깨끗한 제모습에 매료되거든요.ㅋㅋ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