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3일 화요일, 이소선합창단은 마석의 모란공원에서 있었던 전태일 48주기 추도식에서 노래 불렀다. 날은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바람은 없었으며 하늘은 흰구름 몇 점을 띄워놓은 것을 제외하고 나면 온통 푸른빛으로 가득이었다. 햇살은 봄볕처럼 따뜻했다. 노동이 제대로 대접받는 세상에 대한 예고와도 같은 날씨였다.
이소선합창단은 두 곡의 노래를 불러 전태일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과 함께 했다. 첫 곡은 <그날이 오면>이었다. 노래 곁에서 봄볕 같은 날씨가 그날의 따뜻한 세상이 어떻게 오는가를 알려주며 서 있었다. 두 번째 곡은 <전태일 추모가>였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라는 그의 외침이 노래가 되었다. 그는 이제 노래였고, 노래는 또한 그였다. 그가 죽은 날, 노래와 함께 일어선 전태일이 그 자리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