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을 향하여 수직으로 행진하는 노래 – 이소선합창단의 파인텍 고공농성 노동자 지지 공연

Photo by Kim Dong Won
2018년 12월 9일 파인텍 고공농성 노동자 지지 공연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후문

이소선합창단은 2018년 12월 9일 일요일, 목동의 열병합 발전소 후문에 모여 아득한 굴뚝에 오른 파인텍의 고공 농성 노동자들을 위해 노래를 불렀다.
목동의 열병합 발전소 굴뚝에서 농성 중인 파인텍의 노동자는 잘 확인이 되지 않는다. 높이가 아득하다는 얘기가 된다. 높이가 아득하면 사람은 거의 점이 된다. 우주에선 아득하면 별이 되지만 지구에선 아득하면 존재가 제거된다. 제거된 존재는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로 지상으로 내려올 길을 연다. 합창단의 노래도 그 길을 열기 위한 지지의 뜻이다.
그 아득한 고공에서 파인텍의 두 노동자가 손을 흔든다. 희미하지만 흔드는 손이 확인이 된다. 지금 누구도 그 곁에서 함께 해줄 수가 없다. 아득한 아래쪽에 잠시 서 있는 것이 지상의 사람들이 함께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래도 아래가 곁이려니 여기는 사람들이 모여서 두 사람과 연대한다. 연대하면 때로 아래도 곁이다.
사람들은 모두 목을 90도로 꺾어 아득한 허공을 보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파인텍의 노동자 두 명이 농성 중인 아득한 높이의 굴뚝으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모인다. 연대의 마음은 아득한 높이도 못막는다.
합창단이 부른 첫 노래는 <해방을 위한 진군>이었다. 노래는 보통 때는 앞으로 진군하지만 오늘은 수직으로 방향을 틀어 아득한 고공으로 행진했다. 시선도 잘 닿지 않는 고공에 400일이 넘게 농성 중인 두 노동자가 있었고, 노래는 그곳으로 행진했다.
이소선합창단의 두 번째 곡은 <하늘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합창단이 고공농성 노동자를 위해 만든 곡이다. 세 번째 곡은 <먼 훗날>이었다. 노래의 제목은 먼 훗날이었지만 노래는 그 먼 훗날을 오늘 가까이 당겨오기 위한 사람들이 모은 마음이었다.
합창단의 노래 앞에서 사람들이 등에 짊어진 노동악법 폐기하라는 목소리가 노래와 함께 선명하게 빛났다. 자동차의 소음이 노래의 아름다움을 묻어버리는 거리에서 노래는 여전히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고 있었고, 그 꿈은 합창단은 부르는 노래의 목소리에 담겨있었다. 그 날은 오리라. 노래의 아름다움 앞에 모든 소음이 숨을 죽이는 세상이. 그리하여 핸드폰에 의지하지 않아도 고공의 노동자가 지상의 노래를 듣고 그 노래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오는 날이. 그날 모든 노동 악법은 폐기되고 자본은 노동자의 당연한 요구에 굴복하리라. 이소선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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