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혹은 천천히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4월 21일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어린이 대공원이 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다섯 손가락을 꼽으면
어린이 대공원 후문역에 도착하니까
거의 넘어지면 턱밑에 닿을 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끔 그곳을 찾습니다.
그곳의 놀이공원에 들어가면
속도가 아주 상반된 두 개의 놀이기구가 있습니다.
하나는 팔팔열차라 불립니다.
롤러코스터의 일종이죠.
팔팔열차는 몸을 뒤집고 비틀면서 번개처럼 달립니다.
눈을 서너 번 깜빡이고 나면 시작한 곳으로 돌아올 정도로 아주 빠릅니다.
그 빠른 속도가 즐거움을 낳습니다.
우리도 가끔 차를 몰고 나가 어디론가 달리곤 합니다.
달리면 기분이 좋습니다.
속도 자체에 즐거움이 있습니다.
팔팔열차와 달리 아주 속도가 굼뜬 놀이기구가 하나 있습니다.
그 놀이기구의 이름은 대관람차입니다.
커다란 바퀴처럼 생겼습니다.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옵니다.
대관람차를 타면 놀이공원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고,
멀리 롯데월드와 올림픽 공원도 눈에 들어옵니다.
대관람차는 세상을 천천히 보는 즐거움을 가져다 줍니다.
우리도 가끔 차를 버리고 천천히 걷곤 합니다.
천천히 걸으면 걷다가 멈춰서서 꽃과 눈맞출 수 있고,
물소리가 들리는 곳이라면 그 소리에 귀를 적시고 갈 수도 있습니다.
천천히 걸으면 많은 것을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빠르게 달릴 때는 속도 그 자체의 즐거움이 있고,
천천히 걸어가면 세상을 발견하고 함께 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나는 가끔 달리기도 하고, 가끔 걷기도 합니다.

6 thoughts on “빠르게 혹은 천천히

  1. ‘어린이 대공원’은 저에게도 추억도 있고 조금 연관이 있어요.
    대학 갈 때, 세종대에 원서를 넣고 면접을 보러 서울을 (중학교 졸업여행 때 서울대공원 잠깐 들린 이후로) 처음 가게 됐어요. 오후 면접이다보니 일찍 가서 어린이 대공원 한바퀴하며 신났죠ㅡ 팔 베베 꼬아 코끼리랑 사진도 찍고, 멀리서 잠자는 호랑이도 보구요. 그 후로 저는 안 가고 언니가 편입해 세종대를 가게됐고, 그 근처에서 자취를 했어요. 그 후엔 따로 찾아가진 않았지만 가끔 언니랑 그 앞을 지나치고, 어린이 대공원 다녀온 언니 안부를 듣곤했죠.
    추억 속으로 잠길 때는 느리게 걸어가고, 이제와 돌이켜보면 빠르게 달려간 시간 역시 ‘슬로우&퀵’ 그러네요.

    1. 저는 아이가 어렸을 때는 거의 안방 드나들 듯 했어요.
      한동안 제가 집에 있고, 아이 엄마가 충무로에 나가서 일을 했거든요. 그때 아이데리고 걸핏하면 가던 곳이었죠. 어찌나 자주 갔던지 그곳 매점의 아줌마와 인사나누는 사이로 지냈으니까요.
      지금은 가끔 저 혼자 가곤 해요. 공짜라서 더 자주 가는 듯도 하고. 지금은 입장료가 없거든요.

  2. 정신없이 빠른것도 싫은데 또 너무 느린것도 심심해요.^^
    근데 바이킹은 그리 빠르지 않으면서도 스릴넘치더군요.
    안타보셨음 꼭 타보세요.^^

    1. 놀이기구 안타본지 상당히 오래 되었어요.
      어린이대공원 놀이기구는 상당히 고전적인 거 같아요. 롯데월드에 비하면. 롯데월드는 너무 현란해서 전 어린이대공원이 좋더라구요. 내가 너무 늙어서 그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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