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진 싸움 – 이소선합창단의 인천 동광기연 해고노동자 농성 지지 공연

Photo by Kim Dong Won
2017년 11월 15일 인천 동광기연 해고노동자 농성 지지 공연
인천 작전동 동광기연 앞 거리

2017년 11월 15일 수요일, 이소선 합창단은 농성중인 인천의 동광기연 해고 노동자들을 찾아 노래로 함께 했다. 하루 전만 해도 포항의 지진으로 나라가 어수선했었다. 동광기연의 노동자들은 회사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고 있었으며 농성한 지 300일째 되는 날이라고 했다. 어느 날 폐업한다고 문자를 보내 노동자들을 해고 했다고 들었다.
회사 근처 큰 길의 거리에는 노동자들이 내건 현수막이 여러 개 걸려 있었다. 일반적 어법으로 표현하면 동광기연의 해고 노동자들이 자신들 주장을 담은 현수막을 은행나무와 전봇대에 걸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때로 일반적 어법은 전하고자 하는 것을 하나밖에 전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나는 표현을 바꾸었다.
그곳의 길가에선 은행나무와 전봇대가 “비정규직 진짜 주범 유회장 일가는 노동 착취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해고된 동광기연의 노동자들과 함께 연일 동조농성을 벌이고 있다. 은행나무와 전봇대도 해고의 부당함과 해고 노동자의 억울함을 알고 현수막을 나누어 들었다.
집회는 회사 바로 앞, 길의 한켠에서 이루어졌다. 농성 중인 노동자들이 길에 앉았다.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이소선 합창단은 무대를 버리고 거리에 앉은 노동자들과 최대한 가까이 서서 마이크 없이 맨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마이크의 힘을 빌리면 소리는 증폭되지만 사람의 목소리가 기계음이 되기 쉽다. 이소선 합창단은 마이크를 버리고 기계음이 앗아갈 소리의 온기를 맨목소리에 그대로 담아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체온을 그대로 간직한채 사람들과 포옹했다. 농성 노동자들이 크게 호응해 주었다. 나는 문득 이 싸움이 다시 회사로 돌아가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돈에 눈이 어두워 인간을 보지 못하는 자본가들에게 인간을 보여주기 위한 싸움이 아닌가 싶었다.
합창단의 노래가 끝나자 사회 보는 분이 우리는 싸움도 이렇게 고급지다고 했다. 돈의 세상이 아니라 사람 세상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기도 했다. 많은 노동자들이 함께 하여 연대한 자리이기도 했다. 인간이 연대하여 싸울 때 아름다우며, 그 싸움이 노래가 될 때 더욱 아름답다는 것을 찬바람 부는 초겨울의 어두운 길에서 확연하게 보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집회 때 깃발 하나가 펄럭였다. 깃발은 금속노조 산하 단체인 동광기연지회의 깃발임을 알리고 있었다. 깃발은 혼자 펄럭이지 못한다. 바람이 깃발과 연대할 때 깃발은 늘어져 있던 몸을 일으켜 세워 힘차게 펄럭인다. 이소선 합창단은 동광기연 해고 노동자의 농성장을 찾아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깃발과 연대하는 바람 같은 것이다. 노래는 때로 그렇게 깃발을 펄럭이게 하는 바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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