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3일 월요일, 이소선합창단은 마석의 모란공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전태일 47주기 추도식이 있었다. 47년전인 1970년에 그가 죽었다. 몸을 불태워 생을 마감하며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외친 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죽음은 대개 삶의 끝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노동하는 사람들이 힘들 때마다 그의 죽음에 손을 내밀어 힘을 얻고 일어서서 부당한 현실에 맞서 싸웠다. 그의 죽음은 살아있는 노동자들의 힘이 되어 번번히 살아났다. 그때마다 그는 죽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 속에 살아있는 삶이 된다.
그의 추도식에서 사람들이 22살에 삶이 멈춘 그에게 꽃을 바칠 때 이소선 합창단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 바치는 꽃마다 노래를 곁들여 주었다. 때문에 그에게 바친 모든 꽃엔 노래가 따라갔다. 꽃들은 그래서 꽃의 노래가 되었다. 노래는 길고 오래 흘렀다.
노래를 잘 모르는 나는 노래가 세 번이나 반복되었다는 것을 노래가 끝나고서야 단원 중의 한 명으로부터 들어서 알게 되었다. 꽃들은 그를 둘러싸았고, 텅빈 꽃과 함께 길고 오래도록 흐른 노래도 그를 둘러싸았다. 이제 그가 꽃이고, 그가 노래였다. 어떤 죽음은 때로 길고 오랜 세월 뒤에 살아나 꽃이 되고 노래가 된다.
그리하여 나는 알게 되었다. 꽃을 들고 그를 찾고, 그의 이름으로 노래부르면 22살에 마감된 삶이 오랜 세월의 뒤에서 다시 살아나 꽃이 되고 노래가 된다는 것을. 잊지 않고 기억해내는 꽃과 노래는 죽음도 살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