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문학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문학의 텍스트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은 그것을 문학 작품이라고 부른다. 소설가가 소설가가 쓴 소설로, 시인이 시인이 쓴 시로 이루어져 있는 식이다. 대개의 문학인들은 그런 점에서 텍스트로 이루어져 있는 존재들이다. 그 때문에 그 텍스트를 접하기 전에는 그들을 알기가 어렵다. 나도 문학을 하고 있지만 나는 좀 복잡하다. 나는 시를 읽고 그 느낌을 적은 텍스트가 내 작품을 이루기 때문이다. 세상에선 그것을 가리켜 문학 평론이라고 부른다. 내가 나의 텍스트를 가리켜 복잡하다고 한 것은 시나 소설과 달리 평론은 원고 청탁이 들어올 때 평해야할 작품이 지정되어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내게는 글을 쓸 때 대상 작품의 선정에서 자유롭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문학평론가는 글을 쓰면서도 그냥 시나 소설을 자유롭게 읽다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면 그때 그 작품을 내 마음대로 골라 평해보고 싶은 욕망에 시달린다. 실제로는 나는 그 욕망에 따라 글을 쓰곤 한다. 가끔 마음에 드는 시가 나오면 자유롭게 시의 느낌을 적어 글을 쓰고 있다는 얘기이다. 사실은 그게 가장 실질적으로 나를 이루는 텍스트이기도 하다. 그 텍스트로 이루어진 내가 ⟪시 읽기의 즐거움⟫이란 제목 아래 내 블로그에 모여 있다. 텍스트로 이루어진 존재로서의 가장 나다운 나를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