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2022

백신을 네 번이나 맞았지만 올해는 코로나에 걸렸다. 큰 어려움은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심하게 앓는다는데 나는 가볍게 지나갔다. 거의 코감기 수준이었다. 그래도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은 다 먹었다. 증상이 심하질 않아 며칠 건너 뛰면서 먹었다. 다섯 번째 백신도 맞았다.
열심히 시집을 읽고 큰 작품에 도전해 보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내 글을 쓰다 죽겠다는 계획은 또 한해가 미루어졌다. 청탁받아 원고를 쓰는 삶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시들을 말하기가 어렵다. 나이를 먹으니 더이상 청탁을 받기가 싫다. 그냥 읽다가 내 마음을 끌어당기는 시들을 모아 시에 대한 내 마음의 찬사가 손에 잡히는 글을 쓰다 죽고 싶다. 시집 해설 청탁을 받았으나 한 번은 거절했다.
갈수록 그녀나 딸과 잘 소통이 되질 않는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 자체가 그 사람의 존재를 이루는 법인데 그 전제가 충족되지 않으면 가족과도 소통이 어려워진다. 예술 세계에선 빈번한 일이다. 사람들은 예술 세계가 가져다주는 명성과 그 명성에 따라오는 돈으로 예술가를 파악할 때가 많다. 작품으로 예술가를 파악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예술도 과학이나 의학만큼이나 전문적이다. 어쩔 수 없다고 본다. 그냥 내 길을 걷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술자리에서 자주 어울리는 좋은 친구들이 생겼다. 노래하고 저술하고 연극하는 이이다. 가끔 늦게까지 술을 마시곤 하는 사이가 되었다. 서로의 존재 가치를 인정해주는 느낌이다. 말이 서로 통하는 친구를 갖는다는 것만큼 좋은 일도 없다.
에어팟이 생겼고, 아이폰은 아이폰 8에서 페이스 ID 모델인 XS로 바꾸었다. 사진 저장용으로 12TB의 외장하드를 장만했다. 사진 한 장의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대용량의 저장 기구가 필요해지고 있다. 오랫동안 사용했던 애플의 인이어 이어폰은 잃어버렸다. 아쉽다. 내년에는 스피커를 5.1의 블루투스 버전으로 바꾸고 싶다.
다시 일을 시작했다. 예전에 일했던 신문사가 새롭게 잡지를 내면서 연락을 해왔다. 덕분에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생겼다. 한달에 3일 정도 일하고 있다. 맥의 시스템인 몬터레이에서 번역 기능을 기본으로 갖춰 외국 사람들과 소통하는데서도 신기원이 열렸다. 언어의 장벽이 제거된 느낌이다. 내후년쯤 맥의 중고 가격이 내려가면 2019년 버전의 맥을 하나 장만해서 올해 나온 벤추라 시스템으로 가고 싶다. 벤추라는 이미지 검색 기능이라는 매력적인 기능을 갖추고 있다.
올해도 한 달에 한 장씩의 사진을 골라 한해를 마무리한다.

Photo by Kim Dong Won
(2022년 1월 28일 경기도 하남의 산곡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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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까치가 열매처럼 열렸다.

Photo by Kim Dong Won
(2022년 2월 24일 서울 풍납동에서)

2
풍납토성 한강통행로는 재미난 곳이다. 혼자 나가도 여럿이서 통행로를 나가 합체가 되는 곳이다. 나가면 올림픽대교와 천호대교의 중간 지점이 나온다. 여러 명이 함께 걸으면 갑자기 혼잡 통행로가 되어 버린다.

Photo by Kim Dong Won
(2022년 3월 6일 서울 광장동 한강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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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한 다리 사이로 날렵하게 햇볕이 날자, 물 위에서도 물찬 제비처럼 햇볕이 짝을 이루어 물위를 날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2년 4월 4일 서울 길동의 삼익파크 아파트 단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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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까치꽃의 봄은 푸른 점을 찍으면서 왔다. 그깟 작은 점을 찍어 어찌 봄을 데려오나 싶었지만 촘촘히 찍은 그 점으로 봄이 말할 수 없이 깊어졌다.

Photo by Kim Dong Won
(2022년 5월 13일 경기도 서울대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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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우지는 물속을 잠수했다 나올 때마다 잠시 목에 목걸이를 건다.

Photo by Kim Dong Won
(2022년 6월 12일 인천 소래포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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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유는 알 수가 없었으나 저어새가 갈매기들의 경비를 서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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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Kim Dong Won
(2022년 7월 12일 경기도 남양주의 봉선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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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두 그루가 서로 만나 하늘을 빽빽히 뒤덮었다. 잎들이 모두 별들로 보인다. 나무의 별은 초록으로 태어나 가을에 진다.

Photo by Kim Dong Won
(2022년 8월 14일 충북 제천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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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가 들어온다. 철마라고 불리던 옛날의 열차가 아니다. 이제 열차는 빛의 뿔을 앞으로 내세우고 세련된 모습을 자랑하는 유니콘으로 바뀌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2년 9월 22일 경기도 팔당대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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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들이 불을 밝힐 때 저녁은 하늘을 붉게 밝혔다.

Photo by Kim Dong Won
(2022년 10월 15일 강원도 강릉 해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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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가 무리를 이루어 머리 위를 비행한다. 가끔 바닷가에선 느닷없는 축하 비행을 만난다.

Photo by Kim Dong Won
(2022년 11월 17일 서울 능동의 어린이대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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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어제를 알고 있지. 너는 한때 염천의 하늘 아래서도 꿋꿋하게 지켜내는 초록이었지. 그때 나는 태양볕을 피해 너의 아래로 숨곤 했어. 맞아, 네가 막아준 그 여름의 하늘이 이랬어. 가을이 여름을 환기시키며 붉다.

Photo by Kim Dong Won
(2022년 12월 18일 서울 동대문ddp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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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꽃이 없는 계절이라 생각지 마시라. 심지어 겨울에도 빛을 가득 담고 피어나 꽃밭을 채우는 꽃들이 있다. 밤에는 더 눈에 띈다. 도시에선 꽃이 겨울과 밤을 모두 극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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