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노래, 그리고 밥, 그 모든 것의 연대 – 이소선합창단의 강북도시관리공단 파업투쟁 지지공연

Photo by Kim Dong Won
2022년 12월 29일 강북도시관리공단 파업투쟁 지지공연
서울 강북구청 앞

이소선합창단은 2022년 12월 29일 목요일 강북도시관리공단 노동자들의 집회에 함께 했다. 집회는 강북구청 앞에서 있었다. 적정 인원으로 안전하게 일하게 해달라는 것이 노동자들의 요구이다. 한 노동자가 그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날을 위해 이곳에서 23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23일이란 날짜는 단식 노동자를 걱정스럽게 하고, 한편으로 사람이 그렇게 오랫동안 음식을 끊고 호소하는데도 대화에 나서지 않는 구청장에게 분노를 느끼게 한다.
구청 앞의 시위 풍경은 우리의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노동자들은 “구청장이 해결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 중이고, 많은 사람들이 시위자들의 구청 진입을 막고 있다. 시위 노동자들을 막고 있는 사람들은 공무원이다. 구청장에 대한 요구 사항이 있으면 공무원이 이를 구청장에게 전하고 구청장을 만나 대화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정상일텐데 오히려 이곳에선 그들을 막고 있다. 알고 보면 막고 있는 공무원들도 노동자이다. 우리는 세상이 거꾸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공무원을 그 자리로 내몰아 노동자들과 맞서게 만드는 것은 알고 보면 그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구청장이다. 노동자와 노동자의 갈등 뒤에는 그 갈등을 조장하며 슬그머니 자신의 존재를 숨긴 구청장이 있다. 그래도 노동자는 그 사실을 훤히 알고 있다. 피켓의 문구가 그것을 알려준다. 피켓은 “구청장이 해결하라” 라고 말하고 있었다.
보통 합창단은 노래의 리허설이 준비의 끝이지만 이 날은 좀 달랐다. 이소선합창단이 음향기기를 직접 가져온 최초의 날이었기 때문이다. 음향기기는 노래를 원활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지만 반대로 노래를 엉망으로 전해 노래를 망칠 때도 있다. 때문에 좋은 음향기기를 준비하는 것도 노래를 부르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 합창단은 이날 음향기기를 직접 싣고 가서 설치하고 준비했다. 합창단으로선 기억해두지 않을 수 없는 중요한 날이다.
날씨는 추웠다. 그러나 마치 날씨도 이 노동자의 집회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모이는 노동자의 숫자로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집회 장에 도착한 노동자를 반기며 어디서 오셨냐고 묻고 건설노조라고 답한다. 아, 건설노조, 이 자본의 세상을 깨끗이 부시고 새세상을 건설할 투사님들이 오셨군요라면서 그들을 맞는다. 이 집회는 세상 모든 노동자들이 연대하는 자리란 것이 확인이 된다. 강북도시관리공단의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노동자들이 모여 그들의 요구를 지지하고 뭉친 힘으로 그것을 요구하는 자리이다. 그러나 날씨가 추운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노동자들이 연신 다리를 부비는 손에서 그것이 확인된다. 권력과 자본은 항상 노동자의 갈등을 조장하고 그들을 분열시키려 들지만 노동자들은 추위에 언 다리를 부벼가며 거꾸로된 이 세상을 바로 잡으려 한다.
집회의 공연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구청 앞 도로의 한켠에 이소선합창단의 단원인 알토 김정은이 홀로 서 있었다. 왜 홀로 그곳에 서 있는 것인지 먼거리에선 금방 확인이 되질 않는다. 하지만 그가 합창단의 단원임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벙긋거리고 있는 입이 그가 지금 노래를 연습 중이란 사실을 알려준다. 그도 또한 노동자이다. 기다리는 동안의 짧은 시간을 쪼개 노랫말을 외우고 음을 다듬은 연습의 시간은 노동자에게로 가서 노래가 된다.
그러나 이제 노래는 김정은 한 명의 노래가 아니다. 그가 연습하던 노래에 여러 명의 단원들이 목소리를 보탰고, 그러자 이제 노래는 합창이 되어 노동자들 앞에 섰다. 합창단은 모두 네 곡의 노래를 불렀다. 합창단의 베이스 김우진이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합창단의 마음을 전했고, <다시 또 다시>와 <진군의 노래>에 그 마음이 실렸다. 김우진의 곡 소개와 연대하는 합창단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이 다시 이어졌고 이어 <민중의 노래>와 <우리라는 꿈>의 두 곡이 다시 그 마음을 싣고 노동자들과 함께 했다.
노래가 끝났을 때, 노래를 들은 집회 현장의 한 노동자가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 감사는 노래에 대한 환호로는 흔치 않은 말이다. 하지만 이 자리는 노래가 노동자와 연대하는 자리이다. 때로 어떤 자리에선 감사가 노래에 대한 최고의 환호가 된다.
노동자들이 모여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그 연대에 이소선합창단은 노래로 연대했다. 연대가 이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강북구에 있는 한빛교회는 따뜻한 국과 밥으로 그곳에 모인 노동자들에게 한끼 식사를 제공했다. 밥까지 연대한 자리였다. 사람과 사람, 노래, 그리고 밥이 있는, 세상 모든 것들의 연대로 사람사는 세상을 꿈꾼 시간이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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