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빈가지로 겨울을 난다. 올려다 보고 있노라면 마치 가진게 몸뚱이 하나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나무를 보고 가난하다 말하는 이는 거의 없다. 봄이 오면 이 나무에는 하얀 이팝꽃이 가득 찬다. 나무는 마치 누구나 가난하여 몸뚱이 하나밖에 없는 시절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러나 때되면 그에게 잎과 꽃을 채워주는 세상이 진화의 궁극이라 말하는 듯하다. 나무의 봄이 어김이 없듯이 모두의 봄이 어김이 없을 때 세상도 진화의 궁극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