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고 있으면 고양이가 컴퓨터 모니터의 뒤로 산책을 한다. 산책로는 거의 정해져 있다. 들어오기 전에 잠시 문앞에서 분위기를 살피는 것이 첫순서이다. 들어와선 장롱쪽으로 걸음을 옮겨 약간 열려있는 문으로 장롱 속을 한참 들여다본다. 아예 장롱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리고는 컴퓨터 모니터의 뒤로 걸음을 옮겨 산책로의 마지막 행로로 삼는다. 고양이가 다니면서 비로소 내 방에 고양이 산책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전에는 하루종일 그저 일만 하던 방이었으나 이제는 고양이의 산책로가 있는 방에서 일하게 되었다. 문을 열어놓고 일하다 보면 고양이가 들어오고, 그때부터 방은 고양이의 산책로가 있는 방으로 바뀌며 가끔 그 산책로로 지나가는 고양이를 볼 수 있다. 때로 서로 눈을 맞추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