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합창단의 소프라노 최선이는 2023년 1월 30일 월요일 성공회대학교의 노동아카데미 졸업식 및 수료식에서 노래로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졸업식과 수료식은 줌을 통해 온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되었다. 식에 앞서 강의가 있었다. 6시반쯤 리허설을 한 최선이와 기타 반주자 이응구는 강의가 끝나고 졸업식이 마무리 될 때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축하의 순서가 왔을 때의 시간은 9시반을 넘어가 있었다.
최선이는 두 곡에 축하의 마음을 담았다. 첫곡은 <민주> 였다. 노래는 “너는 햇살햇살이었다. 산다는 일 고달프고 답답해도 네가 있는 곳 찬란하게 빛나고 네가 가는 길 환하게 밝았다”고 노래를 시작한다. 노래는 민주를 말하고 있지만 항상 액면의 의미로 그 뜻이 굳어 있지는 않다. 이땅의 노동 현실을 배우고 배움을 연대의 장으로 삼는 사람들 앞에서 그 노래가 축하로 건네지자 이제 노래는 바로 그들이 펼쳐갈 세상이 민주 세상이 될 것이라는 예언이 된다. 노래는 그들이 햇살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들은 “불꽃”이었고, 또 “바람 바람”이었다. 민주 세상이란 모여서 이땅의 노동 현실을 배우고 배우면서 연대하는 사람들이 이루어내는 것이었다. 바로 그 자리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이었다.
두 번째 노래는 <전태일, 민중의 나라>였다. 노래는 “너의 죽음으로 더욱 아름다워진 더 푸른 하늘을 보아라”라고 말한다. 노래가 말하는 것은 분명하다. 전태일의 죽음으로 노동자들이 노동 환경을 개선할 것을 요구하며 싸우게 되었고, 그렇게 하여 개선된 환경에서 노동하게 되었을 때 하늘이 비로소 푸르다는 뜻이다. 노래는 “너의 불타는 넋이 누리에 살아숨쉬”고 “역사의 새장을 열”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열린 나라를 노래는 ‘민중의 나라’라고 전한다. 노래는 전태일의 죽음으로 시작되었지만 동시에 그 전태일이 죽은 것이 아님을 노래 앞의 사람들로 증명한다. 그들이 전태일의 뜻을 이어 민중의 나라를 열어가는 오늘의 전태일들이었기 때문이다. 졸업식장엔 여전히 전태일이 살아 있었다. 노래는 그들이 열어갈 민중의 나라에 대한 찬가가 되었다.
준비한 곡은 두 곡이었지만 열화와 같은 앵콜로 예기치 않게 한 곡의 노래를 더 부르게 되었다. 투쟁하다 먼저 간 동지들을 위한 노래였지만 이런 자리에서도 괜찮겠냐는 양해를 구했고 졸업생과 수료생들은 모두 괜찮다고 했다. 아니, 그 노래를 반겼다. 노래는 <동지를 위하여> 였다.
노래 속에선 동지가 갔다. 그러나 동지를 어떻게 보내랴. “그대 가는 산너머로 빛나던 새벽별도 어두운 뒷골목에 숨죽이던 흐느낌도” 모두 “머물 수 없는 그리움”이 되고 동지는 그 그리움이 고개를 들 때면 “살아오는 동지”가 된다. 때문에 동지는 죽은 동지가 아니라 “머물 수 없는 그리움으로 살아오는 동지”이다. 노래를 들으며 문득 죽은 동지가 죽음으로 사라지지 않고 “머물 수 없는 그리움으로 살아오는 동지”로 다시 우리 곁에 서게 된 것은 이땅의 노동 현실을 배우고 마음을 모아 함께 싸워가며 살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게 된다. 졸업생과 수료생들은 동지를 되살려 응원의 마음으로 다시 살아오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놀라운 힘이다. 노래는 추모의 노래가 아니라 먼저 간 동지들마저 합세하여 부르는 축하의 노래였다.
성공회대학교의 교정에서 목련이 잡은 몽우리를 완연하게 부풀리고 있었다. 봄이 되면 마치 뻥튀기를 터뜨리듯 그 몽우리에서 목련이 필 것이다. 하지만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의 세상을 포기하지 않은 몽우리의 꿈이 있어 그 세상을 보러 봄이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노동아카데미의 졸업식장에도 봄을 불러올 사람들의 꿈이 완연하게 부풀어 있었다. 노동자들의 꿈과 그 꿈에 전하는 축하의 노래가 함께 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