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합창단은 2023년 2월 15일 수요일 백기완 기념관 재건축 공사 비나리 행사에 참가하여 노래로 축하를 전했다. 행사는 혜화동에 자리한 통일문제연구소에서 열렸다. 백기완 선생이 매일 출근하여 거의 집이나 다름없이 지냈던 곳이다. 살아 생전의 연구소가 이제는 선생의 기념관이 되었다. 누군가는 이곳을 백기완 기념관이 아니라 백기완의 집이라 부르자고 했다. 아직 날이 훤한 저녁 다섯 시에 집앞의 골목에서 행사가 시작되었다. 먹을 곳을 찾아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도 잠시 행사의 일원이 되었다.
이소선합창단이 축하의 마음을 담아 선생에게 건넨 노래는 <그날이 오면>이었다. 노래는 “한밤의 꿈은 아니리”란 말로 시작된다. 널리 알려진 노래이다.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는 곳은 대개는 거리였다. 지나는 자동차가 소음으로 밀고 들어와 노래를 방해하는 곳이다. 그러나 여기는 골목이다. 오토바이가 지나가기도 했으나 오토바이는 속도를 줄이면서 노래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심한다. 지나는 사람들은 오히려 귀를 내놓고 노래를 담아간다. 골목은 노래를 부르고 듣기에 아주 좋은 노래의 공간이 된다. 행사에 참가한 누구나 노래와 가까이 있어 생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를 어떤 방해도 없이 고스란히 들을 수 있다. 그 노래가 사람들에게 건넨 “그날”은 아름다운 날이었다. 노래는 합창단이 만들어내는 음의 조화로 그날을 아름답게 엮어낸다. 골목에 잠시 “평화의 바다”에 “정의의 물결”이 넘치는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졌다. 어떤 방해도 없이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잠깐의 행복이 그 자리에 있었다.
행사가 마무리될 때 합창단은 그곳의 사람들 모두와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살아생전에는 백기완 선생이 이땅의 노동자와 민주를 위해 싸우다 먼저 간 님들을 위해 노랫말을 쓰고 노래를 불렀으나 이제는 그 선생이 노래의 님이었다. 살아생전에 선생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이 모두 주먹을 쥐고 노래를 불렀다. 때로 세상의 누군가는 님을 노래부르며 평생을 행진하다 죽어선 그 노래의 님이 된다. 사람들이 노래 부를 때 사진 속의 님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