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팔당대교 아래쪽의 한강변에 있었다.
철새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예전에는 철새들이 강변 가까이서 놀고 있었는데
이제는 거의 강 한가운데서 모여 있었다.
강변을 엿보기엔 사람들이 너무 많은가보다.
오래 전에 사진을 찍으러 이곳으로 나왔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만해도 인적은 그저 나하나 뿐일 정도로 사람이 뜸했었다.
이제는 시야에서 사람의 흔적이 지워지는 적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강변을 거닐면서 물 위를 헤엄치고 오리들에게 한참 동안 시선을 맞추었다.
오리가 강으로 나오면
항상 물결이 그 뒤를 졸졸 따랐다.
그러다 조금 지겨워진다 싶으면
오리는 방향을 슬쩍 틀어 물결을 뿌리치려 했다.
야, 그만좀 따라와라.
오리가 방향을 틀면
졸졸 거리며 따라가던 물결은 갑자기 삐끗거렸다.
이때다 싶었는지 오리는 이중으로 방향을 틀었다.
저리로 이리로 방향을 틀자
물결은 분명 휘청거리는 듯 했다.
그러나 물결을 흩어놓을 순 있어도
물결을 뿌리칠 순 없다.
물결은 흩어지는가 싶더니
어느 샌가 오리의 꼬리를 잡고
또 뒤를 졸졸 따랐다.
그만좀 따라오라니까!
오리는 그 자리에 서서 정색을 했지만
이제 물결은 오리를 둥글게 감싸고 있었다.
야야, 왜 이래, 저리 안비켜!
오리가 언성을 높이며 몸을 비틀면
이상하게 물결은 한겹 두겹 더 두텁게 오리를 감쌌다.
그러다 보면 오리는 꼼짝없이 물결에 갇힌 신세였다.
심지어 물속으로 머리를 박고
물결을 뿌리치려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물결은 오리가 고개를 드는 곳에서 어김없이 오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친 오리는
그래그래, 나는 네 거다, 아예 나를 몽땅 다 가져라,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그냥 물결에 내맡기고 말았다.
그런데 오호, 놀랍다.
이게 왠 일이란 말인가.
그렇게 졸졸 거리며, 쫓아다니던 물결이,
그 위에 몸을 눕히면
아파트의 그림자도 그 꼿꼿함을 지키지 못하고 흐려지던 물결 위에서
이제 갑자기 물결은 없었다.
오리는 생각했다.
그래 그래, 물결이란 이런 거구나.
물결은 뿌리치려 하면 할수록 뿌리칠 수 없는 것이구나.
그냥 물결에 나를 모두 다 내 맡기면
오히려 나를 되돌려 받을 수 있는게 물결이구나.
오리는 물결에 자신을 내맡기고 그렇게 잠시 물위를 그냥 둥둥 떠갔다.
물결이 흔들 때마다
물위에 비친 아파트는 뿌옇게 흐려지며 제 형상을 잃고 있었지만
물결에 제 몸을 맡긴 오리는 여전히 분명한 오리였다.
물결이 내 운명이 되었을 때
그 물결을 뿌리치려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냥 그때는 따라오는 물결과 장난치며 물결을 즐기고,
가끔 제 모든 것을 물결에 내 맡겨야 한다.
물결에 제 모든 것을 내 맡겨도 오리는 지워지지 않는다.
6 thoughts on “오리, 물위에서 놀다”
야~ 왜 이래 저리 안비켜~ 이 말이 왜 이리 잼날까요?
키득키득
앗, 그러고보니 이틀전 집근처에서 번개하면서 아키님에게 연락도 안했네.
술먹는데 정신이 팔려서…
홍대쪽에서 번개를 하던가 해야겠어요.
거기는 맛있는 것도 많고 볼 것도 많으니까.
저야 홍대쪽이면 땡큐죠~
번개는 즐거우셨나요? 기대하겠슴당
아무래도 인건씨가 저와 관심사가 많이 겹치니까 재미가 나죠.
둘 다 사진에 관심이 많고, 또 딸애 하나 둔 애 아버지고, 아내가 있는 유부남이고, 그렇다 보니 아이키우는 이야기랑 사진 이야기 등등으로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죠. 사는 얘기를 나누는게 재미난 거 같아요.
아니, 맥주의 여자들은 왜 다들 매력있는데 결혼들을 안하는 거냐는 궁금증도 풀어보고…
물에 비친 그림자가 예술이네요.^^
덕소에 있는 아파트들이죠.
무지비싸요.
오늘은 그녀와 구룡령 넘어서 양양(동해)으로 놀러갔다가 지금 들어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