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 합창단은 2018년 3월 6일 화요일, 광화문에서 콜트 콜텍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연대 공연을 가졌다. 모인 노동자들보다 합창단원이 훨씬 많았다. 지나가던 한 청년이 합창단의 노래 소리에 발길을 멈추고 인원을 보탰으나 역부족이었다. 물어보니 정의당 당원이라고 했다.
사람 붐비는 광화문에서 모인 사람들치곤 인원이 너무 적어 슬쩍 말을 건네지 않을 수 없었다. 합창단의 지휘자 임정현에게 물어 보았다. 너무 사람이 적지 않아요? 임정현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상관없어요. 우리의 공연은 많은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기 위한 공연이 아니라 이곳에서 노동자들이 농성을 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한 공연이니까요.”
문화제를 진행한 사회자는 오늘이 5420일째의 농성일이라고 했다. 햇수로는 12년째라고 알려주었다. 그렇게 오래도록 광화문의 이 자리에서 콜트 콜텍의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억울함을 외쳤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자리를 얻어내질 못했다는 소리도 된다. 그러면 지친다. 그러나 몇 안되는 노동자들에게서 지친 기색을 엿볼 수는 없었다.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이소선 합창단은 노래로 그들의 기억이 되었다. 때로 노래는 끈질기게 이어가는 기억의 다른 이름이 된다. 선율로 새겨지는 아름다운 기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