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투쟁을 지지하며 함께 한 노래 – 이소선합창단의 강북구도시관리공단 노동자 집회 연대공연

Photo by Kim Dong Won
2023년 3월 7일 강북구도시관리공단 노동자 집회 연대공연
서울 강북구청 앞

이소선합창단은 2023년 3월 7일 화요일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는 적절한 인원으로 안전하게 일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는 강북구 도시관리공단 노동자들과 함께 했다. 집회는 노동자의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으나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는 이순희가 구청장으로 있는 서울의 강북구청 앞에서 열렸다. 그 강북구청에는 이율배반의 문구가 걸려 있다. 그 문구는 강북구청의 목표가 “내 삶에 힘이 되는 강북”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구청장이 힘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노동자에 대한 탄압이 되면서 노동자를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 노동자들도 알고 있다. 그 구호가 허상임을. 노동자들이 걸어놓은 플래카드 중에 하나에는 “노동자도 구민이다 구민을 홀대마라!”라고 적혀 있었다.
작업 환경 못지 않게 투쟁 환경도 좋지를 않아 합창단의 연대 공연은 음향 장비를 싣고 와서 내리고 설치하는 작업으로 시작되었다. 공연에서 음향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음향은 노래를 제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싸움을 돕는 일은 노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음향 장비마저 직접 싣고 가는 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합창단을 소개한 베이스 김언철은 2016년에 구의역에서 발생한 노동자의 사망 사고를 다시 언급했다. 그의 말은 그때의 사고가 2인1조의 작업 기준만 지켰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임을 환기시키고 있었다. 그것은 노동자들의 요구가 얼마나 절실한 것임을 알리는 말이기도 했다. 세상에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에 있으랴. 노동자들은 죽지 않고 살아서 일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이소선합창단의 첫노래는 <천리길>이었다. 노래는 천리길을 걸어 우리가 가고 싶은 그 세상이 “동산에 아침 햇살 구름 뚫고 솟아와 새하얀 접시꽃잎 위에 눈부시게 빛나”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노래가 말하는 세상이 꽃이 있는 아침을 말함은 아니다. 그 아침이 사실은 “새아침”이 올 때까지 졸지 않고 쉬지 않고 걸어 이른 세상이기 때문이다. 강북구도시관리공단의 노동자들이 싸움을 시작한지 100일되는 날이라고 했다. 노래는 그들의 싸움이 바로 새아침을 열어 눈부신 세상을 우리에게 안겨줄 걸음이라고 말했다. 일하는 자들이 꽃의 아침을 즐길 수 있는 세상이다.
두 번째 노래는 <이름>이었다. 그 이름의 주인공은 100일 동안 싸워왔고 오늘도 그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노래 앞의 노동자들이다. 노래가 그 노동자란 이름을 가리켜 “때로는 낙인되어 불타고 때로는 희망되어 적시는” 이름이라고 했다. 자본과 권력이 정당한 노동자의 투쟁을 불법으로 매도할 때 낙인이 되지만 그러면서도 적절한 노동환경이 인간의 기본 권리임을 외치며 싸움을 계속할 때 그 노동자가 땅의 희망이 된다. 노래는 그들이 바로 “미래의 이름”이라 말했다. 노래의 뜻은 노동자가 꿈꾸는 세상이 미래가 되어야 그것이 인간의 이름에 합당한 세상이란 의미일 것이다. 세상의 희망이 100일 동안 인간의 미래를 위하여 강북구청 앞에서 싸우고 있었다.
세 번째 노래는 니카라과의 민중 가요인 <산디니스타에게 바치는 노래> 였다. 노래의 리듬은 경쾌하고 즐겁다. 100일의 싸움은 사람을 지치게 할 수 있지만 노동자들은 그 힘겨운 싸움의 와중에서도 즐거움을 잃지 않고 있다. 노래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즐거운 노래로 힘을 보탰다. 노래 속에서 잠시 “땀의 찬란한 꽃으로 피어난 우리 새세상”이 열렸다.
노동자들이 앵콜을 외쳤고 합창단이 그 앵콜에 부응하여 부른 노래는 <진군의 노래> 였다. “깨지고 짓밟”히면서도, 또 “뺏기고 또 뺏”기면서도 “노동 해방 위해” 진군하는 노동자의 노래이다. 노래는 그 진군 속에 “참된 세상”이 열린다고 예언한다. 그 진군이 100일째에 이르고 있었다. 때로 어떤 진군은 길고 오래 계속된다. 강북구청 앞에서 그 진군이 자꾸 길어지는 것은 노동자의 요구에 귀를 닫고 대화를 거부하는 권력이 가장 큰 이유이다.
집회의 마지막에 파업 투쟁 100일을 기념하는 케이크가 등장했고, 케이크의 초에 불을 밝혔다. 길어질수록 좋을 것이 없는 투쟁이지만 한편으로 100일을 물러서지 않고 싸워온 것은 분명 기념할만한 일이다. 불을 밝힌 케이크를 둘러싸고 노동자들과 합창단이 모두 함께 <민주노총가>를 불렀다. 100일을 맞은 싸움의 현장에서 이소선합창단은 노래로 노동자들이 꿈꾸는 세상을 말하고 그들의 투쟁을 지지했다. 끝내 이겨서 이룰 인간다운 노동 세상에 대한 승리를 기원하는 마음들이 노래로 모아져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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