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을 떠난 딸

Photo by Kim Dong Won
2017년 3월 17일 서울 천호동에서

딸이 대만으로 여행을 떠났다. 친구 둘이 여행 계획을 세워놓고 딸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이 이번 여행의 계기가 되었다. 무슨 해외 여행을 옆동네 놀러가듯이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동네에서 공항버스를 태워 보냈다. 친구와 만나자 마자 어찌나 재잘대며 떠드는지 아직 날도 밝지 않은 시간에 동네 참새들이 다 이곳에 모였나 싶었다.
도쿄에서 유학할 때는 한번 보낼 때마다 보내고 난 뒤의 마음이 텅비곤 했었는데 다음 주면 돌아올 여행 일정 때문인지 마음은 집안에 있을 때와 조금도 다르질 않았다. 떠남이 마음을 비우는 것이 아니라 못볼 기간이 마음을 비우게 되는 것이란 사실을 알았다. 다음 주에 다시 볼 떠남은 마음을 비우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마음이란 오랜 시간의 떠남을 미리 감지한다. 시간의 여정을 미리사는 마음의 세상을 여행떠나는 딸에게서 느낀 날이었다. 떠났는데도 떠난 듯 곁에 있는 듯하다. 쓰던 컴퓨터도 여전히 딸의 방에 그대로이다. 나중에 우리들을 모두 집안에 그대로 놔두고 오늘의 딸처럼 가볍게 여행 가방을 챙겨 가족 셋으로 꾸린 일행으로 일정을 짜서 우리도 잠깐씩 떠났다 오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7년 3월 17일 서울 천호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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