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륜동의 성대앞에 있는 술집 미술관에서 좋은 사람들과 술을 마셨다. 술집은 큰 거리에서 약간 몸을 피하듯 골목의 안쪽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술자리에 고양이가 동석해 주었다. 술을 탐내진 않았다. 우리가 고양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쓰담쓰담이 전부였지만 고양이는 그것에 아주 만족해 했다. 주인은 조각가라고 했지만 나는 이 사람이 조각을 하다가 조각 자체가 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이마에서부터 입술까지 흐르는 윤곽의 옆모습이 예술에 가까웠다. 주인에게 키우는 고양이냐고 물었더니 아니라며, 그냥 동네에 사는 길고양이라 했다. 술집의 문을 열어두면 들어와서 손님들과 놀다간다고 했다. 우리가 나올 때 같이 나왔다. 고양이도 드나드는 술집은 생전 처음이었다. 우리만 독점할 수가 없어 중간에 옆테이블에 잠시 양보하기도 했다. 가끔 우리도 인간의 말을 버리고 야옹야옹 거리고 싶은 술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