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 한 술자리

Photo by Kim Dong Won
2023년 3월 23일 서울 성대앞의 술집 미술관에서

명륜동의 성대앞에 있는 술집 미술관에서 좋은 사람들과 술을 마셨다. 술집은 큰 거리에서 약간 몸을 피하듯 골목의 안쪽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술자리에 고양이가 동석해 주었다. 술을 탐내진 않았다. 우리가 고양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쓰담쓰담이 전부였지만 고양이는 그것에 아주 만족해 했다. 주인은 조각가라고 했지만 나는 이 사람이 조각을 하다가 조각 자체가 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이마에서부터 입술까지 흐르는 윤곽의 옆모습이 예술에 가까웠다. 주인에게 키우는 고양이냐고 물었더니 아니라며, 그냥 동네에 사는 길고양이라 했다. 술집의 문을 열어두면 들어와서 손님들과 놀다간다고 했다. 우리가 나올 때 같이 나왔다. 고양이도 드나드는 술집은 생전 처음이었다. 우리만 독점할 수가 없어 중간에 옆테이블에 잠시 양보하기도 했다. 가끔 우리도 인간의 말을 버리고 야옹야옹 거리고 싶은 술자리였다.

Photo by Kim Dong Won
2023년 3월 23일 서울 성대앞의 술집 미술관에서
Photo by Kim Dong Won
2023년 3월 23일 서울 성대앞의 술집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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