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와 혼자 지내고 있다. 혼자 지내니 밥도 혼자 먹는다. 따로 상을 차리진 않는다. 컴퓨터가 놓여있는 작업 책상이 한쪽을 비워 잠시 밥상으로 쓰게 해준다. 혼자 먹는 저녁상에선 놀라운 일이 벌어지곤 한다. 술한잔이 먹고 싶어 맥주를 내오는 날이다. 그러면 너의 안주가 되어 맥주와 함께 하는 너의 저녁을 돕겠다며 김과 명란젓, 미역국 등이 그 자리에 동참을 한다. 삶은 계란도 이런 자리에는 나도 끼어야 한다며 적당한 자리를 골라 그 둥근 몸을 들이민다. 밥은 전자렌지에서 2분간 빙글빙글 돌아가는 춤을 추는 것으로 몸을 예열하여 오늘 저녁밥은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나온다. 하마터먼 총각김치를 빼먹을 뻔 했다. 상당한 맛으로 저녁을 빛내준다. 혼자 지낸다는 것이 외로움을 질병처럼 달고 사는 일이라는 얘기는 헛소문이다. 혼자 지낸다는 것은 이렇게 많은 것들의 도움 속에 자유가 되는 일이다. 자유의 맛은 혼자 저녁을 먹는 나를 전율하게 만든다. 가족을 이루어 집에서 살 때 한번도 이들이 친구가 된 적이 없었다.
혼자 먹는 이 저녁의 자리에 더더욱 중요한 것은 음악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갖고 있는 맥북의 기본 사운드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가 없어 스피커를 하나 구했다. 한때 40만원에 팔린 스피커라고 한다. 회사가 망하면서 누군가가 그냥 하나 얻었는데 쓰질 않고 있다고 해서 나달라고 했다. 음질이 맥북보다는 훨씬 낫다. 그래도 우퍼가 없다보니 음질에는 한계가 있어 이퀄라이저로 음을 조정해야 했다. 음에 대한 욕심 때문에 돈이 생기면 30만원 정도 선에서 우퍼가 있는 스피커를 하나 장만해볼 생각이다. 슬슬 볼륨을 올려본다. 아파트에선 음악도 소음이 되기 쉽다. 그러나 꽤 크게 볼륨을 높였는데도 아직 이웃의 항의는 없다. 이 정도 볼륨으로 듣는 음악의 자유는 이 아파트 사람들이 수긍을 해주나 보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음악이 내 저녁에 함께 있다.
자유는 의외로 많은 친구들을 내 곁으로 데려다준다. 혼자 지내고, 자유가 되고, 그 자유가 데려다준 많은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다. 혼자의 자유가 외로움이라는 헛소문을 믿지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