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노래의 위로와 다짐 – 이소선합창단의 10.29 이태원 참사 159일 희생자 추모 릴레이 콘서트 공연

Photo by Kim Dong Won
2023년 4월 5일 10.29 이태원 참사 159일 희생자 추모 릴레이 콘서트 공연
서울시청앞 서울광장

이소선합창단은 2023년 4월 5일 수요일 이태원 참사 159일째를 맞아 서울광장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릴레이 콘서트에 참가하여 노래불렀다.
하루전부터 비가 내렸다. 빗줄기는 밤을 넘기고도 그치질 않았다. 때로 날씨는 우리들의 마음을 대신한다.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는 마치 그때의 참사로 젊은 자식을 잃고 부모들이 흘린 눈물이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고 묻는 듯했다. 빗줄기는 그 물음인 동시에 답이기도 하다. 세상이 그 슬픔을 모두 뒤집어쓸 정도로 눈물은 도저했다.
이소선합창단의 순서가 되었을 때 합창단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여느 때와 달리 노래가 아니었다. 합창단의 단원들은 한명한명 무대에 올라 희생자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했다. 다른 공연자들이 그랬듯이 단원들의 입에서 희생자의 이름이 불리워졌고, 그 이름은 사람들의 기억으로 다짐이 되었다. 그렇게 “스킨스쿠버과 프리다이빙, 스키를 좋아했고, 음악과 미술, 스포츠 다방면에 두루 걸쳐서 재능이 있었던 사람. 부동산 관련 일을 하며,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취득해서 관련 회사의 오너가 되는 꿈을 가졌던 조예진”이 사람들의 기억으로 다짐이 되었다. 또 “사진찍기를 좋아했고, 보통의 젊은 사람하고는 다르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없었던 사람. 항상 예쁜 걸 너무 좋아해서 예쁜 걸 잘 모아놓던 사람. 훗날 결혼을 하면 예쁜 그릇들을 사놓고 기분 좋아했을 것 같은 딸. 사진작가의 꿈을 펼치기 위해 캐나다 유학을 했지만 몸이 약해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가슴아팠던 딸. 영어강사로 일했지만 사진작가로서의 꿈을 키우며 살았던 최보람”이 사람들의 기억으로 다짐이 되었다.
그렇게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고, 그 이름으로 다짐한 기억을 모아 합창단은 노래를 불렀다. 첫노래는 <진달래>였다. 살아 있었더라면 지금쯤 희생자들이 함께 했을 봄꽃이다. 노래는 “눈이 부시네”라고 시작한다. 진달래를 말하는 것이지만 살아있을 적의 그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렇지만 노래는 그들이 죽었기에 올해의 진달래가 여느 해와 다르다고 말한다. 노래는 때문에 올해 핀 진달래를 가리켜 “그날 쓰러져간 젊음 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다 한다. 젊은 꿈이 설움이 된 세상이다. 올해 진달래는 159명의 죽음 앞에 바친 슬픈 송가가 되었다.
두 번째 노래는 <상록수>였다. 노래가 그 첫소절을 불러 “저들에 푸르는 솔잎을 보라”고 했을 때 서울광장에는 이제 막 새잎을 낸 느티나무가 한껏 푸르러져 있었다. 눈을 시리게 하는 연두빛이었지만 그 빛은 그날의 희생자들 모두가 가졌던 청춘을 환기시켰고, 때문에 빗줄기로 내린 슬픔이 그 초록으로 더욱 짙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노래는 “서럽고 쓰리던 지난 날들”을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쉬지 않고 땀흘리겠다 다짐한다. 노래는 땀흘리겠다 했지만 우리의 다짐은 다시는 그런 참사가 없는 세상을 위한 싸움이 될 것이다. 서울광장의 느티나무가 낸 새잎의 초록이 노래를 부르는 사이에 더욱 진해져 있었다. 느티나무도 상록수로 서는 세상이었다.
합창단이 희생된 영혼들 앞에 노래로 <진달래>를 놓고 <상록수>를 세웠지만 가장 큰 위로는 하늘의 몫이었다. 밤을 넘기고 오후까지 이어진 빗줄기는 희생자들을 잃은 슬픔을 이 땅에 눈물로 새긴 위로였다. 이소선합창단의 마지막 노래 <상록수>는 그 위로에 우리가 보탤 수 있는 것은 다시는 이런 참사가 없는 세상을 위해 싸우고 이기는 일이라 했다. 노래가 우리가 “끝내 이기리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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