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과 바람

Photo by Kim Dong Won
사진작가 서승우의 스튜디오 Red에서

사진작가 서승우의 스튜디오 Red의 오픈식에 갔다.
빨간 벽면의 한가운데 트럼펫 하나가 조명을 한몸에 받으며
우리들의 눈길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입술을 대고 불어보았지만
푸푸 바람만 나왔다.

트럼펫 속에 음이 잠자고 있다.
그 음을 깨우려면 달콤한 입맞춤이 필요하다.
입맞춤이 서툴면 푸푸 바람만 밀려날 뿐이다.
미켈란젤로도 그렇게 말했다지.
바위 속에 갇혀있는 사람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그가 바위 속의 사람을 꺼냈을 때,
그것이 바로 그의 조각이 되었다.
바위 속의 사람을 꺼내려면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다.
손길이 거칠면 그저 바위만 깨질 뿐이다.

서승우의 친구이며, 은행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가 트럼펫을 잡았을 때
바람만 나오던 트럼펫에서 드디어 음이 흘러나왔다.
음은 스튜디오를 가득 채웠고,
우리는 잠시 동안 음의 바다에 몸을 담그고
선율의 흐름을 따라 유영했다.

Photo by Kim Dong Won
사진작가 서승우의 스튜디오 Red에서

2 thoughts on “음과 바람

    1. 아무래도 스튜디오다 보니까 일단 분위기가 예술적인데다가
      사람들도 다들 좋구.
      7시에 시작된 모임이 11시 30분에 끝이 났어요.
      길게 펼쳐놓은 탁자를 빙 둘러서서 얘기하고 마시고 먹고 하는 스탠딩 파티여서
      다리가 아플 법도 하건만
      얘기 나누는 재미에 전혀 그런 걸 못느꼈어요.
      게다가 다들 카메라를 한대씩 갖고 있으니까
      서로 찍고 찍히기도 하구.
      이런 모임의 골치거리가 집에 들어가지 않고
      밤새도록 얘기하고 싶도록 만든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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