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합창단은 2023년 4월 16일 일요일 안산의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9주기 기억식에 참가하여 노래 불렀다. 이소선합창단의 이름으로 노래한 것은 아니었다. 합창단은 잠시 이소선합창단이란 이름을 내려놓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 304명으로 구성된 304 시민합창단의 일원이 되었다. 이소선합창단에선 모두 17명이 참가했다.
합창단은 두 곡의 노래를 불렀다. 첫곡은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였다. 노래의 세상은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 보며 마음을 나누는 세상이었다.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사람들의 슬픔에 함께 하고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을 함께 앓아준 사람들이 그동안 만들어온 세상이다. 참사의 상처는 컸지만 그래도 세상은 다행스럽게도 하나의 마음으로 그 아픔을 위로하는 시간을 배웠다.
두 번째 노래는 <푸르다고 말하지 마세요> 였다. 노래는 “바다가 푸르다고 말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또 노래는 “4월이 푸르다고 말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노랫속의 세상은 그날 이후로 색을 잃은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하늘이 그 심정을 잘 안다는 듯이 하루 종일 잿빛으로 흐린 날이었다. 그러나 노래가 흐를 때 하늘은 하루 종일 잿빛으로 덮어두었던 하늘에서 구름을 걷고 푸른 하늘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이 올라가 별이 된 하늘이었다.
노래를 부른 이들과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빠짐없이 규명되고 책임자들이 처벌 받을 때 지상의 바다와 4월도 다시 색을 찾게 되리란 것을. 그리고 그 세상을 위해 사람들이 모여서 목소리를 모아 노래가 되었다는 것을. 노래의 마지막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가 흐를 때 아이들의 이름이 하나둘 펼쳐져 무대를 가득 메웠다. 노래는 참사로 희생된 304명의 이름이 되었다. 색을 되찾는 세상은 희생자들의 뜻이기도 했다.
소란도 있었다. 보수 단체에서 확성기를 크게 틀어대며 적당히 하라고 악다구니를 쓰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원고 희생자 이영만군의 형인 이영수군은 마치 그에 대해 답이라도 하는 듯 이런 일에 적당히란 말이 끼어들 자리가 있는 거냐고 물었다. 보수단체의 언어에서 적당히란 말을 영원히 삭제해 버리고 싶었다.
희생자들의 이름을 노래에 담긴 했지만 그 노래가 불러온 슬픔은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론 감당이 되질 않았다. 노래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온 단원들의 눈은 감당못할 슬픔으로 붉어져 있었다. 몇몇은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해 눈을 넘쳐나는 눈물을 닦아내야 했다.
나무들이 새로 내놓은 신록의 잎들로 한껏 푸르러진 4월이었다. 푸르러서 더욱 슬픈 4월이기도 했다. 그 푸른 4월에 아직 누구도 푸르다고 말하지 못할 4월의 하루가 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