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사는 민주 세상 – 이소선합창단 소프라노 최선이의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 집회 공연

Photo by Kim Dong Won
2023년 4월 26일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 집회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거리의 천막농성장
이소선합창단 소프라노 최선이

이소선합창단의 소프라노 최선이는 2023년 4월 26일 수요일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가하여 노래불렀다. 집회는 16회 천막문화제란 이름 아래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거리의 천막농성장에서 열렸다. 집회가 열린 천막 농성장은 이곳에서의 농성이 566일째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최근에는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고단할 것이나 사람들은 지치지 않고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최선이는 모두 세 곡의 노래를 불렀다. 첫곡은 <민주>였다. 그 민주는 오늘 이 땅의 민주를 외치다 박정희와 전두환의 군사독재정권 아래서 죽어간 많은 이들의 희생에 빚지고 있다. 노래는 그들을 가리켜 너라고 지칭하며 “너는 바람 불꽃 햇살”이라 말한다. 그들의 희생으로 얻은 민주 세상이 우리가 비로소 숨쉬고 온기를 얻으며 어둠을 걷어내 길을 밝힌 세상이라고 노래가 알려준다. 그러나 4월치고는 기온이 무척이나 쌀쌀한 날이었다. 그 불꽃이 세상 모두의 온기가 되려면 그들을 법의 이름 아래 제대로 예우하는 날이 와야 할 것이라고 날씨가 말했다. 하지만 날은 차도 노래를 듣는 우리들의 마음은 따뜻했다. 노래는 바람과 불꽃, 햇살을 불러다 이땅의 민주를 채우고 잠시 우리가 그 민주를 살게 한다.
최선이의 두 번째 곡은 <사랑 그것은>이었다. 노래는 사랑을 둘을 하나로 잇는 신비로운 감정이라 말하지 않는다. 대신 노래는 사랑을 “둘이 되어 고단한 우리들의 앞날을 본다는 것”이라 말하며 미래의 “주인은 후손들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라 말한다. 노래는 둘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위해 싸우는 일도 그런 의미의 사랑이라 일러준다. 아마도 미래의 후손들이 받을 그 사랑의 가장 큰 혜택은 민주를 위해 싸우다 희생된 사람들을 제대로 예우하는 세상에서 살게 되는 것이 될 것이다. 노래는 오늘의 고단한 싸움을 사랑이라 이르며 그 사랑으로 미래를 채워 우리의 미래 세대가 사랑의 세상을 살게 한다.
원래 세 곡을 부르기로 했었지만 집회 주최측과 약간의 담합으로 두 곡을 부른 뒤 앵콜을 받기로 했고 그 담합은 아주 원할하고 즐겁게 계획대로 이루어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암암리의 계획을 귀신같이 눈치채고 두 번째 노래가 끝난 뒤 앵콜을 외쳐 주었다. 하지만 기타 반주를 맡은 이소선합창단의 테너 이응구는 사실은 세 곡을 준비했었는데 마지막 곡은 앵콜로 받는게 어떻겠느냐는 주최측과의 사전 모의가 있었다고 폭로하고 말았다. 그 폭로는 사람들의 웃음이 되었다.
<벗이여 해방이 온다>가 그 세 번째 곡이었다. 노래는 “그날은 오리라”라고 시작한다. “자유의 넋”으로 살고 “해방으로 물결 춤추는” 날이다. 노래는 그 날이 ‘새날’이 될 것이라며 “벗이여 새날이 온다”고 한다. 오리라던 미래형으로 시작된 노래는 이제 오고 있는 현재형의 날이 된다. 널리 알려진 노래여서 그런지 함께 따라 부르는 사람들이 여럿이었다. 시작할 때는 최선이가 부르는 노래였지만 노래는 이제 많은 이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가 되어 있었다. 때로 노래는 내일의 해방을 오늘로 불러 모두가 함께 그 해방을 노래하게 한다.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 집회에서 최선이의 노래를 들었다. 아니, 노래를 들은 것이 아니다. 잠시 바람이 시원하고 불꽃이 따뜻하며 햇살이 밝은 민주 세상을 살았고, 또 사랑으로 가득한 미래의 세상을 오늘로 가져와 그 날을 기뻐할 수 있었다. 아울러 물결마저 해방의 춤이 되는 날을 노래하며 그 자리의 모두가 해방의 순간을 함께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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